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시위가 열리는 지하철역에서 열차 무정차 통과를 검토했던 서울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무정차 통과로 인한 시민들 불편도 만만치 않다는 판단에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장연이 서울지하철 4·6호선 삼각지역 시위를 예고한 12일 출근시간대 시민들의 혼선이 예상된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11일까지 전장연 시위 지하철역 열차 무정차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날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12일 오전 출근시간대 열차 무정차 통과 여부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했고,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도 "열차 무정차 통과 시행 시기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8일 무정차 검토 방침이 알려진 직후 시는 10일 세부계획을 발표하고, 이르면 12일부터 적용하는 안을 고려했다.
시의 가장 큰 고민은 무정차 통과가 출근길 시민들의 불편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시 관계자는 "지하철역 열차 무정차 통과가 시행되면 일반 시민들이 가장 먼저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삼각지역에서 출근시간대인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승·하차한 승객은 하루 평균 4,125명이었다.
전장연 시위를 열차 무정차 통과 규정 중 어디에 적용해야 하는지도 시의 고민이다. 서울교통공사 무정차 통과 관련 근거에 따르면 △열차 지연 △승강장 혼잡 △승객안전 우려 상황에 해당 지하철역 역장과 관제센터장 판단에 따라 열차의 무정차 통과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 기준은 없다. 전장연이 예고 없이 여러 지하철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위에 나설 경우, 해당하는 모든 역에서 열차를 무정차 통과시키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시는 12일 오후 서울교통공사, 경찰과 회의를 열고 열차 무정차 통과 방안에 대한 세부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전장연 시위 예고가 있는 지하철역에 무정차 통과 시행을 전제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점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장연은 12일 출근길 삼각지역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 등을 위한 시위에 나선다. 박경석 공동대표는 "12일 아침 8시에 삼각지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방식으로 시위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장연은 지난해 12월 3일부터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장애인 활동 지원, 장애인 권리예산 반영 등을 요구하며 서울지하철 주요 역에서 출퇴근 시간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