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규제 완화에도 주택 매수심리가 바닥으로 치닫고 있다. 매수세가 실종되면서 서울 아파트값은 5주 연속 역대 최대 하락폭을 경신했다.
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주(74.4)보다 하락한 73.1을 기록했다. 100보다 낮으면 시장에 집을 팔려는 사람이 사려는 사람보다 많다는 걸 뜻한다. 역대 최저를 찍은 지난주에 이어 한 주 만에 다시 종전 기록을 깨며 2주 연속 역대 최저를 경신한 것이다.
이번 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주(66.8)보다 하락한 65.7를 기록, 4주 연속 60선을 맴돌고 있다. 조사를 시작한 2012년 7월 이후 역대 두 번째(역대 최저치는 58.3)로 낮은 수준이다. 경기는 이번 주 69.2를 기록해 지수 70선이 무너졌다. 인천도 69.5에서 68.5로 내려와 서울, 경기, 인천 수급지수가 모두 70 밑으로 떨어졌다.
매수심리가 가라앉자 아파트값 역시 역대 최대 하락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주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보다 0.59% 내려 또 역대 최대 하락 기록을 갈아치웠다.
요즘 서울에선 급급매도 비싸다는 인식이 생길 만큼 매수심리가 얼어붙자, 가격대를 대폭 낮췄다는 뜻의 '초급급매'로 이름 붙인 매물도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대단지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고층)는 지난달 16억6,000만 원에 손바뀜됐다. 올 초만 해도 저층 아파트가 22억 원 수준에 거래된 걸 감안하면 몸값이 6억 원 넘게 추락한 것이다. 급급매 수준의 매매 거래가 잇따르자 최근 호가를 16억2,000만 원까지 낮춘 매물도 나왔다.
분양시장 분위기도 크게 꺾였다.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로 관심을 끈 둔촌주공은 8일(2순위)까지 5.45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거뒀지만, 일부 타입은 순위 내 청약 마감에 실패했다. 인근 강남 지역 집값 급락으로 분양가와의 차이가 좁혀지면서 분양가 이점이 확 줄어든 탓이다.
서울 강남의 중개업소 관계자는 "고금리 여파로 내년까지 집값이 떨어질 거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보니 가격을 아무리 낮춰도 찾는 이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