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전자상거래(e커머스) 업계는 약속이라도 한 듯, 줄줄이 'CJ제일제당 특별 할인전'을 열었습니다. 주로 CJ제일제당의 주력 품목인 즉석밥 '햇반'과 식품 브랜드 '비비고'의 상품이 특가로 올라왔죠. 대표 상품 '최대 50% 할인'에 '5,000원 추가 쿠폰'이라는 파격 혜택(마켓컬리 기준)은 고물가로 시름하는 서민의 흥미를 끌기 충분했습니다.
G마켓은 할인전을 연 배경으로 "CJ제일제당의 역대 최대 실적 달성"을 꼽았습니다. 11월 한 달 기준 CJ제일제당 매출이 평소 월 매출 대비 123% 증가했다며 말이죠. 11번가는 연말을 맞아 올해 잘 팔린 베스트셀러들을 할인하는 형태로 CJ제일제당의 상품을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업계 밖에선 다른 의도가 있지 않겠냐는 얘기가 나옵니다. SSG닷컴, 11번가, 위메프, 마켓컬리 등 e커머스가 동시다발적으로 특정 업체 할인전을 시작하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니까요. 공교롭게도 지난달 CJ제일제당과 쿠팡이 상품 마진율 협상을 두고 갈등을 빚으면서 급기야 쿠팡에서 CJ제일제당의 상품 발주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었죠. 이 때문에 쿠팡 몫까지 경쟁사들이 물량을 더 확보했고, 대대적으로 할인전을 진행하면서 '어부지리'로 수혜를 입게 된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오고 있습니다.
쿠팡은 왜 발주 중단이라는 극단적 조치까지 취했던 걸까요. 쿠팡은 CJ제일제당이 연초부터 수차례 공급가 인상을 요구했고, 약속한 물량의 50%밖에 공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CJ제일제당에 납품 물량을 더 늘려달라고 요청했으나 CJ제일제당이 지키지 않으면서 물류센터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해 경제적 손실이 생겼다고 하죠. 이 와중에 내년도 마진율 협상을 이어가다 틀어졌다는 겁니다.
그러나 CJ제일제당은 쿠팡이 애초 과도한 마진율을 요구했고 이에 응하지 않자 일방적으로 상품 발주를 중단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납품량을 못 지킨 건 공급 대비 생산량이 부족해서였고, 쿠팡뿐 아니라 다른 e커머스에도 100% 공급하지 못했다고 되받아쳤습니다.
다만 업계는 양사의 대치가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 내다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조업은 365일 공장을 돌려야 한다. 특히 쿠팡 납품 물량이 상당할 텐데, 발주 중단이 길어지면 CJ제일제당의 경제적 부담이 클 것"이라며 "CJ제일제당 입장에서는 빨리 협상을 재개하고 싶지 않겠나"라고 조심스럽게 예상했습니다.
실제로 양사 모두 대화의 물꼬를 터놓는 분위기입니다. 업계에는 이미 물밑에서 마진율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얘기도 나오죠. 당장 내년 1월부터 마진율과 납품량 등 새로운 계약을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이달 내 어떤 식으로든 협상을 끝내겠다는 게 양사의 방침입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협상 가능성은 열려 있다. 원만히 해결되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모쪼록 애꿎은 소비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루빨리 사태가 수습돼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