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부패' 혐의 아르헨티나 부통령, 징역 6년 선고

입력
2022.12.07 20:56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1심서 '국고 횡령' 유죄
2007~2015년 일감 몰아주고 뒷돈 챙긴 혐의
혐의 모두 부인…"나는 사법 마피아 피해자"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부통령이 특정 공사업자에게 일감을 몰아주고 뒷돈을 챙긴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년형을 선고받았다. 아르헨티나에서 현직 부통령이 실형을 선고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페르난데스 부통령의 강성 지지자들이 반발하고 나서면서 당분간 정치 불안정이 예상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1심 법원은 국고 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된 페르난데스 부통령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또 그의 평생 공직 출마를 금지하고 범죄 수익 중 일부인 848억3,500만페소(약 2조114억 원) 몰수도 명령했다. 앞서 8월 아르헨티나 연방검찰은 페르난데스 부통령에 대한 징역 12년 형을 구형하고 공직 자격 박탈을 요청했다.

페르난데스 부통령은 대통령으로 재임하던 2007~2015년, 사업가 친구인 라사로 바에스 소유 기업들에 산타크루즈 지역의 도로 건설 등 공공 건설사업을 몰아주고 대가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불법 특혜로 2015년 바에스의 자산이 2004년 대비 120배 증가하고, 회사 수익도 460배 늘었다고 밝혔다. 이날 바에스와 호세 로페스 전 공공사업부 장관, 넬슨 페리오티 도로 담당 국장 등에게도 6년형이 선고됐다.

다만 재판부는 페르난데스 부통령이 '불법 행위를 위해 조직을 구성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증거불충분 등으로 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페르난데스 지지자 대규모 반발 시위…"수사 조작"

페르난데스 부통령은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이날 판결이 나온 후 대국민 연설에서 자신은 "사법 마피아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이들이 내게 내리려고 한 진정한 처벌은 징역형이 아니라 공직 자격 박탈"이라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는 대통령도, 상원의원도, 그 어떤 후보로도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다.

페르난데스 부통령이 실제로 징역을 살 가능성은 낮다. 부통령이자 상원의장으로서 면책 특권을 누리고 있고, 남은 임기를 항소하며 시간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 일간지 '라 나티온'은 "항소하면 다음 총선, 대선까지도 최종 판결이 나지 않을 수 있다"며 "그가 다시 상원의원으로 출마하거나 2023년 대선에 대통령 후보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판결이 나오기 전부터 페르난데스 부통령의 지지자들이 "파업으로 나라를 멈춰버리겠다"고 위협하면서 아르헨티나 사회는 혼란을 겪어왔다. 이날도 지지자들은 재판부를 비판하며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법원 인근까지 17km 거리를 행진했다. 시위에 참가한 카르멘 밀란은 워싱턴포스트(WP)에 "모든 수사는 조작됐다"며 "그들은 페르난데스 부통령이 정치 경쟁에서 빠지길 바랄 뿐이다. 우린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고 말했다.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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