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갈등 장기화로 국민연금 개혁 작업에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여야의 대치로 연금 개혁 관련 '대국민 의견 수렴 기구' 설치가 지연되면서 자칫 국민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특위 내 국민 의견 수렴 기구 설치를 내년도 예산안 처리 이후로 미루기로 결정했다.
연금특위는 당초 전날 3차 전체회의 때 국민 의견 수렴 기구 안건을 다룰 예정이었다. 특위 내 민간자문위원회가 "국민 의견 창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한 데 따른 것이다. 보건복지부 등 소관 부처의 업무보고가 끝난 뒤 여야 합의로 관련 기구를 가동하기로 했고, 복지부도 기구 구성을 위한 실무 작업을 준비 중이었다.
그러나 극심한 여야 대치로 계획이 틀어졌다.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 간 협상이 진행 중인 만큼, 본회의에서 예산안 처리 이후 구성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예산안에 국민 의견 수렴 기구 사업이 반영됐는데, 예산안 처리 이전에 구성할 경우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국회 의견이 전달되면서 전날 안건에서 빠지게 됐다.
일각에선 '국회 리스크'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한다. 정쟁에 밀려 연금 개혁 논의가 더뎌질 것이란 우려다. 예산안뿐 아니라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거취 문제 등으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이라 정치적 셈법이 연금 개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금특위 관계자는 "이번 연금 개혁은 국회 주도로 논의가 이뤄지는 만큼, 국회 일정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의견 수렴 기구 출범이 시급한 건 이번 개혁 과정에 국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연금 제도에 대한 불신 해소를 목표로 잡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1998년과 2007년 두 차례 개혁했지만, 국민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가 이번 개혁 방향을 '국민과 함께하는 연금 개혁'으로 잡은 것도 연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여 개혁 동력으로 삼겠다는 취지였다.
연금 개혁 실무작업에 오래 참여한 한 전문가는 "개혁이 두 차례 이뤄졌지만 전문가와 이해 당사자만 참여해 개혁 방향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며 "연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예전과는 달리 높아진 만큼 반드시 여론 수렴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