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백신 개발 및 위탁 생산, 인재 양성 기관 설립 등 '글로벌 백신 허브'로 성장했지만, 정작 국내의 많은 백신 업체들은 자금 문제로 연구개발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내 업체들의 연구개발비는 2,140억 원으로, 국내 전체 매출의 6.3%에 불과했다.
보건복지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6일 '2021년 국내 백신산업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내 백신 관련 기업 159곳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159개사 중 백신 완제품 업체는 전체의 29.6%이며, 백신 원부자재 32.1%, 백신 장비 15.1%, 백신 산업 관련 서비스 35.8%의 비율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일부 기업은 4개 사업영역에서 2개 이상 중복 수행한다.
지난해 백신산업 국내 매출액은 3조4,178억 원으로 조사됐다. 분야별 매출은 백신 완제품 2조6,865억 원, 원부자재 865억 원, 장비 694억 원, 서비스 6,361억 원이었다. 수출액은 6,287억 원으로, 완제품(5,637억 원)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원부자재와 장비의 수출액은 각각 1,410억 원, 430억 원이었다.
그러나 투자비는 3,314억 원으로 지난해 전체 매출의 약 10% 수준에 그쳤다. 이 가운데 연구개발비는 2,140억 원이었고, 시설투자비는 1,174억 원이었다. 이는 많은 업체가 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기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조사한 결과, 연구개발 항목에선 47.2%인 75개사가 '자금 부족'을 꼽았다. 전문인력 부족 25%(40개사), 인프라 부족 22%(35개사) 순이었다. 사업화 과정에서도 '자금 부족'(40.3%, 64개사)이 가장 큰 문제였다. 시장 동향 등 관련 정보 부족 24.5%(39개사), 전문인력 부족 20.8%(33개사)가 뒤를 이었다.
다만 복지부는 "백신 바이오 기업들이 2026년까지 13조 원의 설비 투자를 계획 중인 만큼, 연도별 설비 투자는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백신 기업이 계획 중인 전체 투자비는 약 17%인 2조2,049억 원이다.
국내 백신 산업은 제조업 등 다른 산업군에 비해 중견기업 비중이 컸다. 대기업은 5개사로 3.1%였지만, 중견기업은 26.4%(42개사)나 됐다. 중소기업은 112개사로 70.4%를 차지했다. 대부분 순수 국내 자본(143개사, 90%)으로 설립됐고, 외국 자본과 합작회사는 각각 8개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