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한 우크라이나, 러시아 본토 첫 타격… '겨울 전투' 무자비해진다

입력
2022.12.0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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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공군기지 2곳에 드론 기습 공격
러시아 본토 장거리 타격 능력 선보여
크림대교 폭발 때처럼 푸틴의 보복 예상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본토의 공군기지 2곳을 잇따라 타격했다. 적진 깊숙한 곳까지 때릴 수 있는 능력과 대담함을 과시하면서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도 안전지대가 아니다"라는 경고를 보냈다.

추운 겨울 날씨 때문에 전투가 당분간 잠잠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예측 불가의 상황이 됐다. 러시아군이 보복한다면 양국이 또다시 많은 피를 흘릴 수밖에 없다. '푸틴의 자존심'인 크림대교가 지난 10월 우크라이나군 소행으로 추정되는 공습으로 파괴됐을 때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역을 무자비하게 폭격했다.

우크라이나, 전력망 노리는 러시아에 선제 타격

5일(현지시간)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이른 아침 사라토프주(州) 엥겔스 공군기지와 랴잔주의 댜길레보 공군기지가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도 우크라이나의 공격임을 에둘러 인정했다.

이날 공격은 러시아가 발전소, 전력망을 비롯한 기반시설을 집중 타격해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데 대한 반격이자 선제공격으로 해석됐다. 최근 들어 러시아군이 대규모 공습을 준비 중이라는 징후가 포착된 터였다. 지난달 28일 엥겔스 기지 활주로에 늘어선 장거리 폭격기 Tu-95와 Tu-160 20여 대가 미국 민간 위성에 잡혔다. 우크라이나 기반시설 공격에 투입된 기종으로, 핵미사일 탑재도 가능하다.

댜길레보 기지에는 군용기 공대공 급유를 담당하는 사단이 주둔 중이다. 이 기지가 공격받는 것은 장거리 폭격기를 잃는 것보다 더 치명적일 수 있다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우크라이나가 두 기지를 정확히 노렸다는 얘기다.



우크라 드론, 국경 700㎞ 넘었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공격으로 러시아 본토를 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접경지의 러시아 석유저장고와 러시아 점령지를 폭격한 적은 있지만, 전장과 멀리 떨어진 지역을 때린 것은 올해 2월 전쟁 시작 이후 처음이다.

엥겔스 기지와 댜길레보 기지는 우크라이나·러시아 국경으로부터 480~720㎞ 떨어져 있다. 우크라이나 최북단 국경에서 600㎞ 거리인 모스크바 역시 사정권에 넉넉히 들어 있다는 의미다. 친푸틴 성향의 러시아 언론 콤소몰스카야 프라브다의 알렉산더 코츠 군사전문기자는 "드론이 국경을 넘어 거의 650㎞를 자유롭게 비행했으며, 이는 모스크바까지 도달할 수 있는 거리"라며 "드론이 어떻게 탐지되지 않고 공군기지까지 도착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가 공격 범위가 1,000㎞에 이르는 드론을 보유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푸틴 대통령을 비롯한 러시아인들이 편하게 잠을 잘 수 없다는 뜻이다. 가디언은 "(우크라이나의 드론 전력이 상당하다면) 러시아가 본토에서 안전하게 순항미사일을 쏘는 군사적 우위를 더는 누릴 수 없게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사일 70여발 퍼부은 푸틴… 불붙는 전황

모스크바 남동쪽에서 약 200㎞ 거리에 있는 댜길레보 기지를 겨냥한 기습 공격은 우크라이나가 푸틴 대통령에게 날린 강력한 경고다. 러시아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드론 공격을 당한 직후 우크라이나 전역에 미사일 70여 발을 퍼부었다. 우크라이나는 이 중 60여 발을 요격했다고 밝혔지만, 더 많은 지역에 전기가 끊겼다.

우크라이나의 대담함은 서방의 걱정을 사고 있다. 전쟁이 더 거칠어져 핵전쟁으로까지 번질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가 이번 드론 공습을 서방에 알리지 않고 했다는 설도 있다. 이에 미국은 러시아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지 않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은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을 제공하면서도 최대 사거리를 290㎞에서 70㎞로 비밀리에 개조했다.

권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