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밥 취급 하더니... 마음 급한 EU, 발칸으로 달려갔다

입력
2022.12.07 04:30
유럽연합-발칸 서부 6개국 정상회담
①발칸 통한 불법 이민 차단 협조
②러시아·중국으로 쏠리지 않게 관리

유럽연합(EU)과 발칸 반도 서부 6개국의 정상회담이 6일(현지시간) 알바니아 수도 티라나에서 열렸다. 발칸 반도는 유럽과 중동·아시아를 잇는 요충지로, 반도 서쪽에 있는 알바니아, 몬테네그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세르비아, 코소보, 북마케도니아는 EU 가입을 원한다.

이번 회담은 이례적으로 발칸 지역에서 열렸다. EU가 찾아가는 모양새를 취한 건 요구할 게 많았다는 뜻이다.

우선 서부 발칸 국가들을 통해 EU로 향하는 아프리카 출신 불법 이주민을 막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 대 서방의 전선이 그어진 상황에서 비유럽 국가들을 우호 세력으로 묶어 두는 것도 필요하다. EU가 냉대하는 사이 러시아와 중국이 발칸 국가들을 향해 손을 뻗치고 있다.


"EU 국경경비대, 발칸 안쪽으로 확대"… 불법 이민 차단

알제리∙튀니지∙리비아 등에서 서부 발칸 국가를 경유해 EU에 입국하는 불법 이민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EU 국경 경비 기관인 유럽국경∙해안경비청(Frontex∙프론텍스)에 따르면, 올해 1~10월 이 경로를 이용한 불법 이민자는 12만8,000여 명이다. 전년 동기 대비 168% 늘어난 규모이다.

EU는 '서부 발칸 국가들이 불법 이민자의 EU행 차단에 협조하기를 원한다'는 골자의 문서를 5일 공개했다. 프론텍스를 발칸 반도에 추가 배치하는 것도 EU의 요구 사항이다. EU는 서부 발칸 국가들의 비자 정책 수정도 요구했다. 양측은 '비자 면제 협정'을 맺고 있다. 서부 발칸 국가들이 제3국에도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 것 때문에 불법 이민자들이 발칸 반도를 EU행 지름길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 EU의 불만이다.

가입 승인 안 해줘서 EU에서 맘 떠날라… 밀착 신호

서부 발칸 국가들은 EU 회원국 가입을 위해 길게는 십여 년째 EU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러나 EU는 냉담했다. "가입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몸값이 오른 서부 발칸 국가들 사이에선 "EU에 아쉬운 소리 하지 말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북마케도니아에서 올해 6월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EU를 불신한다'는 답변(55%)이 '신뢰한다'(39%)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세르비아는 EU 가입을 추진하는 동시에 러시아와도 가까이 지내고 있다.

EU가 이번에 발칸 반도로 향한 것은 이 국가들을 붙잡아 두기 위한 측면도 있다 유럽의회에는 "EU 회원 가입 협상이 지나치게 지연되는 바람에 서부 발칸 국가들에 접근하는 러시아와 중국의 공간이 커진 것도 문제"라는 우려도 공유되고 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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