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대통령 요청에 따라 공무원 및 공무원 임용 예정자에 대한 신원조사를 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고쳤다. '사실상 사찰을 위한 정보수집 아니냐'는 우려에 국정원은 "존안자료(공직자 인사 파일)나 인사검증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국정원은 5일 입장문을 통해 "현 정부 출범 후 신원조사 대상을 보다 명확히 하고, 국가안전보장과 관련된 국가기밀을 취급하는 고위 직위자에 대한 신원조사를 내실화할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지난달 28일 보안업무규정 시행규칙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정부 출범 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기존 신원조사 업무 실태를 진단하고 내실화 방안을 검토해왔다.
개정 시행규칙엔 "대통령은 다음 각 호의 사람(2급 이상 공무원 임용예정자 등) 중 본인이 임명하는 사람에 대한 효율적 신원조사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대통령비서실장으로 하여금 국정원장에게 신원조사를 요청하게 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중앙행정기관 3급 이상 공무원'으로 포괄적 규정한 신원조사 대상을 '정무직과 고위공무원단 및 고위감사공무원단 소속 공무원 포함', '군인의 경우 중장 이상' 등으로 구체화했다. 신원조사 사항엔 '국가기밀 누설 등 보안 관련 사항'이 추가됐다.
국정원 관계자는 "신원조사는 법령에 근거해 과거 정부부터 수행해온 정보기관 본연의 보안업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월 시행된 개정 국정원법엔 국정원 직무로 '국가안전보장에 한정된 국가 기밀을 취급하는 인원에 대한 보안 업무'가 포함됐다. 이와 관련해 보안업무규정에도 신원조사 업무가 명시돼 있다. 대상은 마찬가지로 '국가안전보장에 한정된 국가 기밀을 취급하는 인원'이다. 신원조사 '확대'가 아니라 '구체화'라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직에 대한 신원조사 자료를 받아볼 수 있게 명문화하고 조사 사항을 추가하는 등 조치가 '국정원의 국내정보 수집 기능 폐지' 취지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국정원 신원조사는 국내정보 수집 기능 폐지 이후에도 꾸준하게 눈총을 받아왔다. 지난해 10월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원이 신원조사 업무를 이용해 사실상 정보활동을 유지하고 있다"며 보안업무규정 시행규칙에 조사 대상이 '국가안전보장에 한정된 국가 기밀을 취급하는 인원'으로 한정돼 있지 않은 점 등을 지적하기도 했다. 신설된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등과 '역할 혼선'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국정원 관계자는 "관계기관장이 공식 요청할 경우에만 착수하고 수집 자료로 '존안자료'를 생산하지 않으며, 결과는 요청 기관장에게만 통보한다"고 반박했다. 또 "진술 요청을 할 때도 동의를 구하고 있어 주변인에 대한 조사 확대는 원천적으로 불가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가기밀을 취급하는 이에 대한 충성심, 신뢰성, 보안 취약점을 점검하는 보안업무의 일환으로 법무부 '인사검증'과 상이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