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 억압은 중국이 약하다는 신호" 블링컨 일침은 가했지만...

입력
2022.12.01 17:50
중국 코로나 항의 시위 미국 입장 '미지근'
블링컨 국무장관, 미중 정상 소통도 강조
"중국은 시민 요구 부합하는 방법 찾아야"


“문제가 무엇이든 사람들이 소리 내 말하고, 평화롭게 시위하고, 그들의 좌절을 표출하고자 하는 모든 국가에서 정부가 이를 막기 위해 엄청난 억압적인 행동을 한다면 이는 강함이 아니라 약함의 신호다.”

유럽을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 MSNBC 인터뷰에서 중국의 '제로 코로나' 항의 시위 진압에 이렇게 일침을 가했다. 하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전반적 기조는 ‘평화시위 보장’을 강조하면서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입지 등 내정 문제는 언급을 피하는 것이었다. 이란 반정부 시위에 대한 대응과는 차이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은 코로나19에 대처하고 보건 요구에 부응하면서도 시민들의 요구에 맞출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은 우리가 하려는 정책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그러나 시위대 진압과 시 주석 영향력 관련 질문에 블링컨 장관은 “이 문제를 그(시 주석)의 입지와 관련해 말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블링컨 장관은 미 CNN 인터뷰에서는 지난달 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미중 대면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우리(미국과 중국)가 명확하고 직접적으로 관심사와 의도, 정책에 관해 소통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당시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내년 초 자신의 중국 방문도 ‘미중 소통’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4일 이후 중국에서 코로나 정책 관련 항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지만 미국이 ‘로키(Low-key)’로 대응하는 것이 일련의 미중 대화 흐름을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차원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도 미 MIT대학 연설에서 “우리는 수출통제 시스템을 개선하고, 우리의 투자 심사 체계를 향상시키고, 우리의 공급망 복원력을 강화해 중국의 경제적 강요와 인권 남용에 대응하기 위한 혁신적인 해결책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서도 “어떤 식으로든 우리 경제가 중국과 탈동조화(Decoupling)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중국을 최대 도전 국가로 보면서도 협력의 끈은 놓을 수 없는 현실을 반영한 발언이다.

앞서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달 28일 브리핑에서 “백악관은 평화적으로 시위할 권리를 지지한다”면서도 중국의 시위대 강경 진압 관련 질문에는 “우리는 이 사안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이 같은 반응은 지난 9월 이란에서 히잡를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됐다 의문사한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에 불이 붙었을 때와는 차이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유엔 총회 연설에서 “우리는 기본적인 권리를 지키려고 시위하는 이란의 용감한 시민과 여성들의 편”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시위와 관련해서는 아직 바이든 대통령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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