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사측과 노조가 파업 하루 만인 1일 0시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최대 쟁점인 인력 구조조정 시행 문제에서 사측이 물러서면서 급물살을 탔다. 파업 시작 당일 한파 속 우려했던 퇴근길 교통대란이 가시화하자, 노사 양측이 부담을 느꼈다는 분석도 나왔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 노조 연합교섭단과 사측에 따르면 30일 오후 8시부터 협상을 재개해 1일 0시쯤 최종 합의를 하고 노사합의서를 체결했다. 최대 쟁점이었던 인력감축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9월 맺은 특별합의서와 마찬가지로 ‘공사는 재정위기를 이유로 강제적 구조조정이 없도록 한다’고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올해 5월 연내 시행을 조건으로 합의된 ‘장기결원인력 충원 및 승무 인력 증원’은 내년 상반기 안에 실시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노사간 분위기는 밝지 않았다. 노조는 이날 오전 서울시청 서편에서 6,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출정식을 갖고 총파업을 공식 선언했고, 오세훈 서울시장도 "(서울지하철 파업을) 정치적 파업이라 정의하고 싶다"면서 강경 대응 입장을 천명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때 파업이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사측 제안으로 이날 밤 재개된 협상을 앞두고 분위기가 반전됐다. 퇴근길 서울시내 주요 지하철역에서 안전사고를 우려할 만큼의 혼잡이 빚어졌고, 이 소식이 노사 양측에도 흘러 들어갔다. 특히 코레일 노조가 준법투쟁을 하는 3호선과 유동인구가 많은 2호선은 배차 간격이 30분 가까이 벌어지면서 승객들이 역내 개찰구와 지상으로 이어지는 계단까지 들어차는 상황이 연출됐고, 일부 객차에서는 수용 인원을 넘는 승객들의 비명소리까지 터져 나왔다는 얘기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회자됐다.
파업 전 마지막 협상 결렬 원인으로 민주노총 지도부 개입설이 터져 나온 것도 민주노총이 다수를 점하는 노조에게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29일 사측이 '원안 수정 불가'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타결 물꼬가 트였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이를 두고 서울시와 공사 안팎에서는 합의 직전, 현정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위원장이 협상장을 방문한 후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오 시장이 강경대응을 천명한 서울시도 시민 불편이라는 부담을 피하기 위해 물밑 협상을 이어갔다.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비난의 화살이 노조뿐 아니라 서울시를 향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노사가 총파업 하루 만에 협상 타결을 이뤄내면서 1일부터 서울지하철은 정상적으로 운행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