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파업에 돌입한 첫날, 출근길 불편은 없었지만 퇴근 시간이 되자 우려했던 교통대란이 가시화했다. 대체인력을 투입한 아침(오전 7~9시)과 달리 지하철 운행을 축소한 영향이 컸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지하철 2호선 운행은 내선 33분, 외선은 27분 지연됐다. 3호선은 상행선 25분, 하행선은 28분 운행이 늦어졌다. 1호선과 4호선도 각각 10∼20분, 10∼18분 지연 운행했다. 5∼8호선만 비교적 원활한 운행 흐름을 보였다.
2호선이 특히 문제였다. 강남, 역삼, 영등포구청 등 유동인구가 많은 일부 역에 이용객이 몰리면서 극심한 혼잡이 빚어졌다. 강남∼역삼역 구간에는 한때 열차 배차 간격이 30분 가까이 벌어져 승객들이 승강장뿐 아니라 역내 개찰구와 지상으로 이어지는 계단까지 빼곡히 들어찼다. 3호선은 코레일이 운영하는 열차가 고장 나 혼란을 더했다.
역사 여기저기서 “밀지 말라” “아예 못 움직이는데 어쩌라는 말이냐” 등 고성이 오갔다. 가까스로 객차에 탄 시민들은 밀려나지 않기 위해 손잡이를 꽉 붙잡기도 했다. 열차 안이 수용인원을 초과할 만큼 승객들로 넘쳐나면서 정거장마다 승ㆍ하차를 할 때 비명을 지르는 등 위험천만한 상황이 연출됐다.
‘퇴근길 대란’은 교통공사가 운행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출근시간에는 대체인력을 투입했으나, 퇴근시간대(오후 6∼8시)는 운행률이 평상시의 85.7% 수준으로 떨어져 열차가 자주 지연됐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서울시는 이 시간 시내버스 집중배차 시간을 30∼60분 연장하고, 인파가 몰리는 역사에 전세버스를 배치하기도 했으나 퇴근길 승객들을 실어 나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열차가 정차할 때 내리고 타는 과정에서 위험한 상황이 생길까 무섭다” “무리하게 타려는 사람들이 많아 숨이 막혔다”는 등 고충을 토로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경기 수원시에서 서울역으로 출퇴근하는 오모(27)씨는 “대체 인력으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이 8일이라는데, 더 길어지면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걱정했다.
파업 첫날부터 시민 불편이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교통공사와 노조의 재교섭이 길어질 경우 퇴근 대란은 매일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