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정리해고에 반대해 공장을 점거하고 장기 파업했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에게 국가가 거액의 배상금을 물어내라고 한 판결에 대해 30일 대법원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하급심으로 환송했다. 대법원이 노동자들의 책임을 일부 면제한 만큼 최종 배상액은 11억 원(2심)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대법원의 판결 취지는 파업 진압 중 충돌로 경찰 장비가 훼손됐다 하더라도 과잉진압을 했다면 그 손해를 노동자 측에 과도하게 물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2009년 쌍용차 노동자들이 77일간 이른바 옥쇄파업을 벌이자 경찰은 특공대를 투입하고 헬기까지 동원해 공중에서 최루액을 뿌리는 등 강경진압했다. 기중기ㆍ헬기 등 장비 훼손을 이유로 경찰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1, 2심은 승소했다. 하지만 2019년 국가인권위는 손배소의 정당성을 부정했고, 지난해 국회는 손배소 취하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이미 여러 국가기관이 강경진압의 부당성을 확인한 것은 물론이고 대법원은 이날 “진압과정에서 (경찰이) 조합원들의 기중기 공격을 적극적으로 유도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까지 판단했다.
이날 판결은 파업 이후에도 노동자들을 장기간 고통에 몰아넣는 손해배상 소송의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회사와 국가로부터 손배 소송 청구를 당한 쌍용차 노조원 67명 가운데 24명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우울장애를 겪었다고 한다. 노사의 교섭력이 대등하지 않은 상황에서 회사 측의 손배소 청구가 단순히 재산권 보호와 손해 보전 목적이 아니라 노조 와해와 단체행동 봉쇄를 위한 수단으로 자주 악용돼온 현실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마침 이날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파업 노동자들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의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을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에 상정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표결을 거부하며 퇴장했다. 폭력ㆍ파괴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까지 제한하자는 취지가 아닌데도 여당이 입법 논의조차 원천 거부하는게 과연 온당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