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씨의 군 복무 시절 특혜 의혹을 재수사하기로 결정하면서, 전 정권 인사들을 겨냥한 '릴레이 재수사'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조계에선 검찰의 무더기 재기수사 명령이 '진상규명을 위한 행보'가 아니라 '전 정권을 향한 표적 수사'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고 비판했다.
대검찰청은 지난달 25일 서울동부지검에 추 전 장관과 서씨, 전직 보좌관, 당시 미2사단 지역대장 예비역 대령(당시 중령) 등 4명을 불기소 처분한 사건에 대해 재기수사 명령을 내렸다.
재기수사 명령은 일선 검찰청 수사가 미진하다고 판단될 때, 상급 검찰청이 재수사를 지시하는 절차다. 추 전 장관 아들 군 특혜 휴가 의혹 사건 역시 2020년 9월 검찰이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지만, 국민의힘의 항고로 서울고검이 사건을 다시 검토한 끝에 지난 6월 3일 재차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재항고하자, 대검은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재기수사 명령을 내렸다.
대검은 인천지검이 불기소 처분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장 운영사 선정 관련 업무상 배임 혐의 고발 사건에 대해서도 지난 9월 재기수사 명령을 내렸다. 김경욱 인천공항공사 사장과 구본환 전 사장 등 전·현직 공사 임직원 5명이 수사 대상이다. 유상범·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스카이72 골프장 입찰 과정에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여한 정황이 있다"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이 무혐의 처분했거나 각하 처리했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재수사하기로 결정한 사건 중에는 이른바 '반윤(反尹) 검사' 연루 사건도 다수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 감찰' 의혹을 받는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과 박은정 광주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 사건이 대표적이다. 서울중앙지검은 2020년 12월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박 부장검사에 대한 변호사단체의 고발장을 접수했지만 지난해 7월 각하 결정했다. 하지만 서울고검은 당시 수사팀이 충분한 사실관계 파악 없이 사건을 처분했다며 올해 6월 재기수사 명령을 내렸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연루 의혹을 보도한 '채널A 사건' 관련 MBC 기자들에 대한 재기수사도 정권이 바뀐 뒤 진행됐다. MBC 기자 등 7명은 2020년 3월 채널A 출신 이동재 전 기자와 한 장관(당시 부산고검 차장검사)이 연루된 '검언유착 의혹'을 보도한 뒤 시민단체로부터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발됐다. 서울중앙지검은 고발 2년 만인 지난 4월 MBC 측 인사들에 대해 혐의 없음 또는 각하 처분했다. 하지만 서울고검은 지난 8월 수사에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고 판단해 재수사를 명령했다.
전문가들은 검찰의 재기수사 결정이 '표적 수사'로 비춰지지 않으려면 정치적이고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사건보다는 일반 형사사건에서 활성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재기수사가 정권 교체 뒤 잇따르면서 검사들이 권력자에게 잘 보이려고 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며 "검찰이 아무리 법과 원칙을 강조해도 '정치적 조직'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