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파업 첫날 '대란' 없었지만... 시민들 "길어지면 어떡하나"

입력
2022.11.30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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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첫날, 출근길 지하철 큰 불편 없어
한파·파업·시위 겹쳐... "빨리 정상화해야"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30일부터 파업에 돌입했지만 우려했던 ‘출근길 대란’은 없었다. 다만 1ㆍ4호선 일부 역에서 운행이 지연돼 인파가 몰리는 등 혼잡 상황이 연출됐다. 첫날은 무사히 넘겼으나 ‘파업, 한파, 시위’ 3중고에 처한 시민들은 지하철 운영이 조속히 정상화돼 큰 불편을 겪지 않기를 바랐다.

이날 한파까지 겹쳐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은 대부분 두꺼운 외투와 목도리, 부츠 등으로 중무장한 모습이었다. 1ㆍ2호선이 지나 아침 출근 시간마다 극심한 혼잡을 빚는 신도림역 곳곳에는 ‘파업으로 지하철 정상 운영이 어렵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안내 방송도 수시로 나왔다. 다행히 공사 측이 대체 인력을 투입한 덕에 오전 7~9시 지하철 운행에는 차질을 빚지 않았다. 배차 간격도 3, 4분으로 전날과 비슷했다.

직장인 이경(24)씨는 “(파업) 걱정을 했는데 지각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안도했다. 구로에서 을지로로 출근하는 직장인 유모(39)씨도 “오전 8시 전후가 이용객이 가장 많을 시간인데 파업 여파가 크지는 않다”고 말했다. 지하철 파업 소식에 평소보다 출근을 서두른 시민도 적지 않았다. 대방역 인근에서 일하는 50대 직장인 A씨는 “전날보다 30분 일찍 집에서 나왔다”고 했다.

하지만 코레일이 속한 한국철도노조가 24일부터 실시하는 준법투쟁(2인 1조 운행, 안전운행 규정 준수)과 교통공사 파업이 겹친 일부 역에서는 지하철 운행이 최대 10분까지 지연돼 출근 시간에 쫓긴 시민들의 애를 태우기도 했다. 코레일과 교통공사는 서울지하철 1ㆍ3ㆍ4호선을 공동 운영하고 있다. 또 4호선에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진행하는 시위 여파로 몇 군데 역에서 지하철이 2분 넘게 정차한 탓에 승강장이 한때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교통 대란 위기는 가까스로 넘겼지만,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시민 불편은 불가피해 보인다. 서울시는 출근 시간대와 달리 낮 시간에는 평상시의 72.7%, 퇴근 시간대(오후 6~8시)는 85.7% 수준으로 지하철 운행을 축소할 방침이다. 여기에 내달 2일 철도노조 총파업까지 예고돼 있다. 경기 수원시에서 서울역으로 출퇴근하는 오모(27)씨는 “대체 인력으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이 8일이라는데, 더 길어지면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걱정했다. 인천에 사는 직장인 정모(26)씨도 “앞으로 계속 일찍 집을 나서야 지각을 피하는데, 장거리 통근이라 피로도가 심해질 것 같다”고 토로했다.

김소희 기자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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