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화동인 1호'는 도대체 누구 것일까. 대장동 개발사업 비리 수사와 재판에서 천화동인 1호가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대장동 사업 민간업자들은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7호를 통해 이익을 배분받았다. 천화동인 1호 소유주는 민간업자에게 돌아갈 전체 이익의 30%에 해당하는 1,208억 원을 받아 가장 많은 돈을 챙겼다. 그만큼 상징성이 큰 곳으로 이른바 '절반은 그분 것'이란 논란의 중심에 있기도 하다.
문제는 천화동인 1호가 누구 것인지를 두고 대장동 일당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면계약서 등 명확한 문서화 기록이 없고 당사자 주장이나 녹취록, 메모 등 간접 정황에 의해 실소유주를 판단할 수밖에 없어 논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천화동인 1호는 표면적으론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소유다. 김씨는 지난해 대장동 의혹이 불거졌을 때부터 시종일관 "천화동인 1호는 내 것"이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씨 측은 최근 본보에 "이른바 '이재명 측근 3인방'에 돈을 줄 생각도 없었고 주지도 않았다"며 "검찰에서 '3인방 약정설'을 인정하는 진술을 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공소장엔 김씨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의 배당수익 요구에 각종 핑계를 대는 등 실제 지급 의사가 있었는지 의심되는 정황도 나온다.
그러나 검찰 생각은 다르다. 검찰은 지난해 '정영학 녹취록'을 토대로 유 전 본부장이 천화동인 1호 지분 일부를 약정받은 것으로 보고, 그에게 뇌물 혐의를 적용했다. 최근 구속기한 만료로 석방된 유 전 본부장과 남욱 변호사는 한발 더 나아가 김 전 부원장과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도 지분 소유자라는 주장을 내놨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이 대표 측근 3인방(정진상·김용·유동규)이 천화동인 1호 지분 일부인 428억 원을 수수하기로 약속받았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남 변호사는 이달 21일 대장동 공판에서 "2015년 2월부터 천화동인 1호 지분이 '이재명 시장 측 지분'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2014년 이 대표가 성남시장에 재선될 무렵 김씨가 '3인방'과 의형제를 맺고 천화동인 1호 지분을 나눠주기로 합의했다고 전해들었다는 것이다. 이달 25일 공판에선 이 대표 연루 가능성까지 암시했다. 남 변호사는 '이 시장 측 몫이 이 대표까지 모두 포함하는 의미냐'는 유 전 본부장 측 질문에 "그렇게 이해했다"고 답했다.
유 전 본부장도 검찰에 이 대표 측 지분에 대해 비슷한 취지로 진술했다. 다만 실제 본인 몫은 없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정 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에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가 자신의 처벌을 감수하면서까지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있어 진술 신빙성이 매우 높다"고 적었다.
그러나 남 변호사 등의 진술은 김씨에게 들었다는 '전언'에 기반하고 있다. 직접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민간사업자들의 진술과 간접 증거를 토대로 이 대표 측근 3인방을 지분 소유자로 판단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여기에 대장동 사건의 또다른 공범인 정영학 회계사는 최근 공판에서 '김씨가 이 시장 측 지분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 기억 나느냐'고 묻자 "전혀 기억이 없다"고 답해, 남 변호사와 다른 입장을 보였다.
검찰이 김 전 부원장 공소장에 이 대표 측근 3인방이 천화동인 1호 지분 일부를 받기로 약속받았다고 기재한 만큼, 향후 정 실장 공소장에도 같은 내용을 명시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천화동인 1호가 김씨 소유가 아니라는 직접적인 물증이 없는 데다, 관련자들 입장도 다소 엇갈려 첨예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법원 판단은 네 가지 중 하나로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김만배씨 주장대로 천화동인 1호 소유주를 김씨 것으로 판단하거나, 지난해 대장동 수사팀이 기소한 것처럼 유 전 본부장 몫만 있었다고 볼 수도 있다.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의 진술 신빙성을 인정할 경우 천화동인 1호 배당금 중 428억 원을 3인방(정진상·김용·유동규) 몫으로 결론 내릴 수도 있다. 이 대표까지 천화동인 1호 수혜자로 포함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