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노트북·태블릿 사용한다면 청색광은 차단해야

입력
2022.11.2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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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헌 교수의 건강 제안]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56세 A씨는 밤에 잠이 쉽게 들지 않고 새벽에 자주 깨는 수면장애가 생겨 낮에 피곤하고 졸리는 어려움을 겪어왔다. 좋아하던 커피도 끊고 침실에 암막 커튼을 설치하는 등 숙면을 위해 노력을 해도 좋아지지 않아 주치의와 상담한 결과, 침실에서 자기 전에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사용하지 말라는 권고를 받았다.

인체는 24시간 주기의 일주기성 리듬을 가지고 있어, 밤에 잠자리에 들고 아침에 기상한다. 공복감을 느끼면 식사를 하며 신체 활동을 한다. 시차가 크게 나는 해외출장을 가면 낮에 졸리고 밤에 잠이 안 오는 등 수면에 문제가 생기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일주기성 리듬 때문이다.

2014년 노벨물리학상은 고효율 청색 발광다이오드(LED)를 개발해 조명 기술에 혁명적인 변화를 불러온 아카사키 이사무 메이조대 종신 교수 등 일본 출신 과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 이들 세 과학자가 1990년대 초 일본에서 반도체를 이용해 밝은 청색광을 만들면서 기존 광원보다 더 오래 사용할 수 있고 더 효율적인 대안을 갖게 됐다. 이 기술은 현재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전자제품 등의 조명 장치를 비롯해 우리 실생활에 매우 널리 쓰인다.

청색광은 친환경적이고 편리하지만 수면에 영향을 미치고 질병 원인이 될 수 있다. 인공 조명이 발달하기 전까지는 태양 광선이 주된 조명이었고, 저녁 시간에는 어두움 속에 보냈지만, 현대에는 저녁때 휘황찬란한 인공 조명의 빛에 노출되고 있다.

그런데 일주기성 리듬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낮의 햇빛과 밤의 어두움이다. 문제는 가정 내부와 건물의 불빛과 거리의 화려한 조명은 이러한 인체의 일주기성 리듬을 교란할 수 있다.

야간 조명은 우리 몸의 일주기성 리듬을 교란시켜 수면장애를 유발하고 비만, 당뇨병, 심장 질환, 암 등 각종 질환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모든 파장의 빛이 동일한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청색광은 낮에는 주의력, 반응 시간, 기분을 개선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밤에는 일주기성 리듬을 교란한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이 6.5시간 동안 청색광과 녹색광에 각각 노출시킨 효과를 비교한 결과, 청색광은 녹색광에 비해 멜라토닌 분비를 두 배 더 억제하고 일주기성 리듬도 두 배 더 길게 교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ㆍTVㆍ태블릿 등 전자제품과 에너지 효율이 높아 흔히 사용되고 있는 조명은 기존 조명에 비해 인체 내에서 야간에 멜라토닌 분비를 더 많이 억제함으로써 일주기성 리듬 유지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야간에 청색광에 2시간만 노출해도 멜라토닌 분비를 늦추거나 중단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잠자리에 들기 전 3시간 이상 디지털 제품 사용을 피하는 것만으로도 숙면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밤에 침실을 포함한 실내에서 LED 조명 대신 낮은 조도의 붉은색 조명을 사용하면 일주기성 리듬 교란과 멜라토닌 분비 억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잠들기 전 3시간 정도는 스마트폰ㆍ태블릿ㆍ노트북 사용을 피하는 것이 숙면에 도움이 된다.

밤에 반드시 노트북이나 태블릿을 사용해야 한다면 청색광 차단 안경을 사용하거나 청색광 차단 앱을 깔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아울러 낮 시간에 밝은 빛을 충분히 쐬면 밤에 잠을 푹 자고 낮에 집중력이 높아지며 정서적인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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