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못 나갈까 봐" 목발 짚고 울던 히샤를리송... 브라질 구한 환상의 데뷔전

입력
2022.11.25 07:40

"한 경기당 세리머니 춤을 10개씩 준비했다"는 브라질 대표팀 선수들 가운데 첫 세리머니의 주인공은 네이마르(파리생제르맹)가 아닌 손흥민의 토트넘 동료 히샤를리송이었다. 히샤를리송은 멀티골을 기록하며 완벽한 월드컵 데뷔전을 치렀다.

브라질은 25일(한국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G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세르비아를 2-0으로 꺾었다. 전반전 내내 아쉬운 골 결정력을 보이며 지지부진하던 브라질은 후반 17분 히샤를리송의 선제골로 주도권을 잡았다.

곧이어 후반 28분 히샤를리송이 화려한 바이시클 킥으로 추가골까지 성공시키며 승리를 확정지었다. 특히 두 번째 골은 국제축구연맹(FIFA)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여러 차례 올릴 정도로 환상적인 골이었다. FIFA는 "이 장면을 보지 못한 팬들은 분명히 후회할 것"이라며 "히샤를리송이 엄청난 일을 벌였다"고 적었다.

히샤를리송은 지난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 중 다리 부상을 당해 월드컵 출전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그는 부상 직후 인터뷰에서 목발을 짚고 나와 "믿기지 않는다. 저번에도 이런 부상을 겪었는데 하루빨리 나았으면 좋겠다"며 울음을 터트렸다.

그러나 걱정과 달리 히샤를리송은 극적으로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월드컵 명단 공개 당시 상황을 촬영한 영상엔 히샤를리송이 호명과 동시에 가족들과 얼싸안고 기뻐하는 모습이 담겼다. 월드컵 개막 후 팀 인터뷰에서 히샤를리송은 "브라질 대표팀에서 등번호 9번이 적힌 유니폼을 입으면 오직 득점만을 바라게 된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간절히 바라던 월드컵 데뷔전에서 히샤를리송은 결국 팀의 두 골을 모두 책임진 영웅이 됐다. 그는 축구 통계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에 이날 양 팀 최고 평점인 8.5점을 받았다.

히샤를리송은 "종아리 검진 결과가 나올 때마다 지옥에 떨어지는 것 같았다"며 "월드컵 출전이 확정되기 전까지 심리적으로 무척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카타르에 왔고, 첫 경기를 치렀다"며 "1차전에서 이겼으니까 2차전을 위해 다시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8골로 득점왕과 함께 '삼바 군단' 브라질의 우승을 일궈낸 호나우두의 계보를 잇는 공격수로 주목받고 있는 히샤를리송은 29일 오전 1시 스위스와의 2차전에서 추가 득점을 노린다. 그는 "(바이시클 킥 골은) 훈련 때 비슷한 동작으로 골을 넣었다"면서 "내가 원하는 건 멋진 골보다 다득점"이라고 득점왕 타이틀에 욕심을 드러냈다.



이정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