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아동 성적 학대 전과자 임용 제한한 국가공무원법 고쳐야"

입력
2022.11.2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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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 영구적으로 임용 제한토록 규정"
"상당 기간 임용 제한해도 목적 달성 가능"
헌재, 재판관 6대 3 의견 헌법불합치 판정

아동을 상대로 성희롱 등 성적 학대행위로 형이 확정된 사람은 공무원이나 부사관으로 임용될 수 없다는 국가공무원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4일 국가공무원법 33조 6호의4 등과 관련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위헌 소원을 청구한 A씨는 2019년 11월 아동에게 메시지를 보내 성희롱 등 성적 학대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 400만 원을 선고받았다.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도 명령받았지만, 신상정보 공개·고지명령과 취업제한 명령은 면제받았다.

A씨는 2020년 9월 '아동에 대한 성희롱 등 성적 학대행위를 저질러 형이 확정되면 일반직공무원과 부사관 임용의 결격 사유가 된다'는 국가공무원법 조항이 국민이 국가기관 공직을 맡을 수 있는 권리인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재는 국가공무원법의 해당 조항과 관련해 "입법 목적이 정당하고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면서도 "다만 영구적으로 임용을 제한하고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더라도 결격 사유가 해소될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아동에 대한 성적 학대행위로 형을 선고받은 경우라도 범죄 종류나 죄질은 다양하다"며 "개별 범죄의 비난 가능성과 재범 위험성을 고려해 상당 기간 임용을 제한하는 방법으로도 입법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2024년 5월 31일을 시한으로 법이 개정될 때까지만 해당 조항을 계속 적용하기로 했다.

이선애·이은애·이종석 재판관은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높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고도의 윤리적 의무를 부담하는 공무원의 직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은 공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손상하고, 원활한 공무수행에 어려움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이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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