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민심 르포] 차기 당대표엔 관심 저조, 유승민 호불호뿐

입력
2022.11.23 17:00
24면

편집자주

‘박석원의 정치행간’은 의회와 정당, 대통령실 등에서 현안으로 떠오른 이슈를 분석하는 코너입니다. 정치적 갈등과 타협, 새로운 현상 뒤에 숨은 의미와 맥락을 훑으며 행간 채우기를 시도합니다.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에 대한 대구 시민들의 관심은 높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착화됐음에도 여당에 대한 기대감은 취약하다는 방증이다. 내년 3월쯤 전당대회 개최가 예상되는 가운데 유력주자로 친윤계인 김기현 의원과 나경원 전의원, 대선주자인 안철수 의원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본보 취재에 응한 시민들은 심드렁했다. 유승민 전 의원에 대한 호불호만 있을 뿐이었고, 부정적 반응이 다수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이어져온 ‘배신자’ 프레임이 여전했다.

지난 21일 동대구역에서 만난 전모(59)씨는 “대구 사람들이 유승민은 안 좋아한다. 기회주의 좌파나 다름없다”며 “박근혜 탄핵 후에도 틈만 나면 내부에서 이상한 소리를 한다”고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서문시장의 60대 후반 김모씨도 “유 전 의원의 지역구가 내가 살던 동구을이었다. 어느 정도까지는 인기를 유지했는데 대선 끝나고는 바닥 수준”이라며 “국민의힘 정치인 중에 그나마 인기 있는 정치인인데 대구에서 재기하긴 힘들다고 이구동성으로 얘기한다”고 전했다.

반면 서문시장 배모씨는 “유승민보다 윤핵관이 현 정권에 더 문제가 크다”며 “나는 분명히 보수주의자다. 그런데 유승민이나 이준석 외에 국민의힘을 위해 바른 소리하는 쪽이 누가 있느냐.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이나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상식적인 쓴소리를 유승민 외에 그 누가 했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젊은 층에선 유 전 의원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이 덜한 듯했다. 동성로에 있던 조모(28)씨는 “유 전 의원은 대통령이 말실수를 깨끗이 사과하면 될 일이라고 지적해 나도 공감했지만 대구에선 내부총질로 받아들이는 게 사실”이라며 “지역정서는 어디든 있다. 그렇다고 무시하기도 힘들고 솔직히 정치는 나도 잘 모르겠다”고 말끝을 흐렸다. 다수의 여론조사 결과 당대표 선거를 놓고 ‘민심’은 반윤(反尹) 노선을 걷는 유 전 의원이, ‘당심’에선 나경원 전 의원이 앞서는 분위기다. 유승민의 한계가 주요 이슈라는 건 분명해 보였다.


박석원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