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23일 의원총회를 열고 ‘예산안 처리 후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실시’에 뜻을 모았다. 이에 따라 여야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계획서를 처리한다. 늦게나마 여야가 함께 국정조사를 열기로 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22일 희생자 유족들은 기자회견에서 진정한 사과, 성역 없는 책임 규명, 피해자가 참여하는 진상 규명 등을 절절하게 요구했다. 이를 귀담아듣고 부응하는 것은 국회가 마땅히 해야 할 의무다. 여야는 법적 책임을 묻는 수사의 한계를 넘어 국정조사에서 정치적 책임을 묻고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국정조사는 24일부터 45일간 열리며 본회의 의결에 따라 연장할 수 있다. 자료 제출 등 준비기간을 거쳐 예산안 처리 직후 본격적으로 기관보고, 청문회 등이 열리게 된다. 막바지까지 여야 협상 쟁점이었던 조사 대상 중 대통령실 경호처와 법무부는 빠지고 대통령실 국정상황실과 국가위기관리센터,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경찰청 및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소방청 및 서울소방재난본부와 용산소방서, 서울시 및 용산구 등이 포함됐다. 해당 기관들은 사실을 은폐하려 하지 말고 성실히 조사받기 바란다.
여당은 참사 대응 규명에 소극적이고 책임을 회피하던 그간의 태도를 버리고 책임지는 자세로 국정조사에 임하기를 바란다. 유족 기자회견에 대해서도 “송구하다”(민주당) “모두가 죄인”(정의당)이라고 자세를 낮춘 야당들과 달리 국민의힘은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침묵했었다. 문제 자체를 축소하고 외면한다고 해서 정부와 여당의 책임이 없어지지 않는다.
야당 또한 정부 대응이 실패한 부분이 어디이고, 그 원인이 무엇인지,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에 집중하기 바란다. 인사청문회나 대정부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종종 보였던 준비 안 된 질문, 본질과 무관한 윽박지르기로는 오히려 국민에게 실망과 피로감만 안길 것이다. 유족들이 궁금해하는 것,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가슴에 품고 잊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