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에만 오프사이드 7개…메시 묶어버린 사우디 수비라인

입력
2022.11.22 22:27
사우디 2-1 역전승은 전술의 승리
'오프사이드 풍년'에 꼬여버린 아르헨 공격 
후반 사우디 섬세한 역습 두 방에 '와르르'


사우디아라비아 전술의 승리였다. 리오넬 메시(35)가 동분서주한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전반에만 무려 7개의 오프사이드를 유도하며 상대 공격 라인의 힘을 뺐다. 전반에 페널티 킥으로 한 골을 허용하고도 후반에 두 골을 몰아넣은 사우디는 A매치 36경기 연속 무패를 기록했던 아르헨티나에 기어코 역전승을 거뒀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1위 사우디가 FIFA 랭킹 3위 아르헨티나를 잡은 건 에르베 르나르 감독의 지도 아래 완성된 조직력의 힘 덕분이다. 22일 오후(한국시간) 카타르 루사일의 루사일 아이코닉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사우디는 전반 초반(10분)에 메시에 페널티 킥 골을 허용하면서 흔들리는 듯했다.

그러나 실점 이후부터 사우디는 숨 막힐 듯 한 정교한 수비라인을 가동했다. 알리 알 불라이히(33), 하산 알탐박티(23)가 중앙 수비수로 나선 사우디는 아르헨티나 공격수들의 뒷공간 침투에 철저히 대비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선수 26명은 전원 자국리그 출신이다. 특히 이날 선발로 나선 11명 중 수비수와 공격수 1명씩을 제외한 9명은 모두 같은 팀 소속이다.

아르헨티나가 뚫었다 싶으면 부심 깃발이 올라갔고, 또 뚫었다 싶으면 비디오판독(VAR)으로 득점이 취소되니,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실제 전반 21분 메시의 득점이 오프사이드로 취소됐고, 6분 뒤에는 수비 라인을 완벽히 무너트렸다 싶었던 라우타로가 골 망을 갈라 2-0을 만들었다. 그러나 반자동 오프사이드 시스템(SAOT) 결과 어깨 부분이 최종 두 번째 수비수보다 앞서있다는 점이 드러나 득점이 인정되지 않았다. 이렇게 사우디는 전반에만 7개의 오프사이드를 유도했다.

추가 골에 근접했다가 번번이 실패하니,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한 모습이었다. 중동 팀을 상대로 전반을 필드 골 한 번 없이 마무리했다. 후반 들어 사우디는 발톱을 드러냈다. 이날의 첫 번째 슈팅이던 전반 3분 살레 알셰흐리(29)의 슈팅이 득점으로 연결된 뒤, 후반 8분 살렘 알도사리(31)의 연속 골이 터졌다. 분위기가 완전히 뒤집힌 것이다.

이후 사우디는 끈끈한 수비로 아르헨티나의 공세를 차단했다. 아르헨티나의 막판 공세는 골키퍼 무함마드 알오와이스(31)의 신들린 선방에 막혔다. 알오와이스 골키퍼는 후반 18분과 후반 28분 결정적 위기를 막아냈다. 후반 막판에는 ‘침대 축구’가 잠시 등장했지만, 10분 넘게 주어진 후반 추가시간까지 기어코 골 문을 잘 지켜낸 사우디는 결국 2-1 역전승으로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을 만들어냈다. 사우디는 필드 골만 두 골을 넣었고, 아르헨티나는 페널티 킥으로만 한 골 넣은 셈이다.



도하= 김기중 기자
김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