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22일 최재원 서울 용산구 보건소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일단 참고인 신분이지만 그가 참사 당일 현장에 늦게 도착해 구조 지휘를 소홀히 했다는 정황이 드러나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특수본은 이날 오전 최 소장을 불러 구호 조치 적절성 등 사고 당일 구체적 행적을 확인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사고 발생 1시간 15분이 지난 오후 11시 30분쯤 현장 인근에 도착했다. 그러나 많은 인파로 접근이 여의치 않자 즉시 대응을 포기하고 용산구청으로 돌아갔다. 최 소장은 40여 분간 구청에 머무르다 다음 날 0시 9분 다시 현장에 갔다. 특수본은 일련의 행위가 책임 회피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본다.
보건복지부 ‘재난응급의료 비상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관할 보건소장은 현장응급의료소장 자격으로 재난의료지원팀(DMAT·디맷)을 지휘할 책임이 있다. 현장응급의료소는 당일 오후 10시 53분 설치됐고, 서울대병원 디맷은 오후 11시 20분 현장에 도착했다. 최 소장이 애초 현장에 갔을 때 지휘를 할 여건이 마련돼 있던 셈이다. 특수본은 그가 구청으로 돌아간 경위 등을 살펴 직무유기나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 중이다. 특수본은 앞서 최 소장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상황실 관계자도 참고인 조사했다.
여기에 구청 내부 보고 문건에 최 소장이 첫 번째 현장에 도착한 뒤 바로 구조 지휘를 한 것으로 적시돼 있어 허위 기재 여부도 따져봐야 할 쟁점 중 하나다. 다만 최 소장 측은 특수본 조사에 앞서 취재진이 입건 가능성을 묻자 “(피의자 전환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전날 피의자 조사를 받은 최성범 용산소방서장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총경)은 조만간 2차 조사를 받는다.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최 서장은 26일 오전 특수본에 출석하고, 이 총경 소환 날짜는 조율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