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구글, 넷플릭스 등 빅테크들이 망 무임승차 방지법에 거부의사를 밝히면서 사회적 갈등이 일어난 상황을 알고 있다. 한국의 망 무임승차 방지법은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인터넷 정책 연구자로서 이에 대한 팩트 체크는 의무라고 생각한다. 최근 여러 해외 보고서의 주장이 사실인 양 회자되고 있어 주장과 팩트를 살펴보겠다.
①주장: 빅테크는 이미 인프라에 투자하고 있으므로 더 이상 망 대가를 낼 의무가 없다.
<팩트 체크>: 초고속인터넷 통신사는 빅테크에 비해 20~30배 비용을 인프라에 투자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애널리시스 메이슨(Analysys Mason)에 따르면, 구글과 아마존 같은 기업은 데이터센터/해저케이블/캐시서버 등에 연간 880억 달러를 투자한다. 이들 기업 연간 매출(6조 달러)의 1% 수준이다. 반면 미국 통신사는 연간 매출의 20~30%에 해당하는 약 900억 달러를 네트워크에 투자한다. 세계 다른 국가의 통신사도 마찬가지 비중이다. 특히 빅테크는 라스트 마일(최종 가입자 망)처럼 비용이 높고 규제가 심한 구간에 대한 투자는 회피한다. 이들의 투자는 독점 콘텐츠를 원활히 송신하는 목적일 때 작동한다. 보편적인 네트워크 커버리지를 확보해야 하는 통신사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점이다.
② 주장: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인터넷 데이터는 통신사가 수익을 늘릴 수 있는 기회이다.
<팩트 체크>: 최근 20년간 모바일을 포함한 인터넷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반면 통신사들의 수익성(ARPU: 사용자당 평균 매출)은 감소했다. 영국 사례를 보자. 2007년부터 2021년까지 페타바이트(Petabyte) 단위로 모바일 인터넷 트래픽이 폭증한 것에 비해 ARPU는 감소했다. 2007년 23파운드였던 영국 통신사의 ARPU는 14파운드까지 40% 줄어들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글로벌 리서치(BofA Global Research)는 이 기간 다른 국가의 통신사들의 ARPU도 감소했다고 밝혔다.
③ 주장: 빅테크가 최종 사용자의 초고속인터넷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네트워크 비용을 지불하게 되면 결국 최종 사용자와 인터넷 생태계에 모두 해가 된다.
<팩트 체크>: 한국에서는 CP들이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있지만 네트워크 트래픽 증가에 따른 차세대 광대역 네트워크 보급은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 3년간 망 이용대가로 인해 광케이블 보급률이 떨어졌다는 정황은 없다. 한국의 5G 가입자 비율은 47% 정도로 3분의 1 수준인 미국, 중국보다 높다.
빅테크는 한국이 글로벌 네트워크 정책을 선도하는 것에 두려움을 갖고 있다. 한국은 2020년 서비스 안정화법을 도입했다. 이번에는 '망 무임승차 방지법'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의 정책이 글로벌 인터넷 정책에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해지고 있어 이를 한국에서 차단하겠다는 전략이다.
빅테크 기업들이 인터넷 생태계 안에서 공정하게 플레이한다면 개입의 필요는 없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사례를 보자. 넷플릭스는 한국 통신사(SK브로드밴드)를 대상으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트래픽이 폭증하고 망 투자 비용이 상승함에도 불구하고 망 사용료 지불과 협상의무조차 없다고 법정에서 선언했다. 현명하게도 한국의 법원은 넷플릭스의 주장을 기각했다. 모든 데이터가 평등하고 트래픽 사용료는 무료라는 빅테크의 주장은 킬러 앱이 이메일(비디오가 아닌)이었고 플랫폼 과점이 없었던 과거에나 통했다. 정책 입안자들이 빅테크의 근거 없는 일방적 주장이 아닌 사실에 기초하여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할 필요가 어느 때보다 절실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