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합의된 ‘손실과 피해’ 보상은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간 난상토론 끝에 도출됐다.
COP27 개막 초기 주요국 정상들이 대거 불참하면서 이번 회의에서도 합의가 불발될 것이란 우려가 높았으나, 미국과 중국 정상이 양자회담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로 뜻을 합치면서 협상의 물꼬가 트인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6일 개막한 COP27 총회는 18일 폐막 예정이었지만, 손실과 피해 보상을 위한 개도국과 선진국 간 합의를 위해 이날 새벽까지 연장되며 마라톤 협의가 이어졌다.
기후변화로 올해 전 국토의 3분의 1이 잠기는 대홍수를 겪은 파키스탄을 필두로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가 물에 잠기기 시작한 카리브해와 남태평양 등의 섬나라들이 COP27에서 정면에 나서 손실과 피해 보상 합의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선진국들은 손실과 피해 보상에 합의할 경우 기후 위기에 관해 전적으로 책임을 지게 되는 데다, 천문학적인 금액을 보상 비용으로 지불해야 해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글로벌 식량 위기와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겪으면서 재정적 여력이 없다는 점도 부담이 됐다.
하지만 개도국들은 "기후 위기를 해결하려면 수조 달러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며 별도 자금조달을 위한 기구 설립을 주장했다. 이에 선진국들은 새로운 기구를 만들 경우 피해 보상에 대한 개도국의 압박 공세가 커질 것을 우려해 기존 자금을 활용하자고 맞섰다. CNN방송은 “개도국은 기후 대응 자금의 명목을 선진국의 잘못에 따른 보상이라는 점에 강조했고, 선진국은 선의로 지원하는 자금이라는 점을 내세웠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COP27에서 구체적 성과를 내기 어려울 거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많았다. 실제 COP27 초반 회의들에 미국과 중국, 인도 등 주요 탄소 배출국의 정상들이 대거 불참하면서 COP27 자체를 보이콧한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특히 COP27 협상을 이끄는 핵심 역할을 맡은 미국 측 대표 존 케리 전 국무장관이 막판에 코로나19까지 감염돼 자가격리에 들어가면서 합의 가능성이 더 불투명해졌다.
그러나 유럽연합(EU)이 개도국과 선진국 간 중재자 역할을 맡아 이견을 좁혀 나갔고, 여기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난 미국과 중국 정상이 양자 간 기후 대응 논의를 재개하기로 약속하면서 분위기가 크게 반전된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은 세계 1·2위 경제 대국인 만큼 온실가스 배출량도 많아 COP27에서 합의가 도출되기 위해선 두 나라의 참여가 필수적이었다.
영국 BBC방송은 “선진국은 지금까지 기후 위기 대응에 자금을 지원해 왔지만 △인도 △중국 △브라질 등 대형 신흥경제국은 지원하지 않았다”며 “향후 미국과 중국 간 기후 대응 합의로 중국이 자금 지원에 참여하게 된다면 다른 국가들에 완전히 새로운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