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금융권에 과도한 예금금리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금리 인상기 돈을 맡긴 소비자들의 '이자 수익'을 높이는 것보다,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을 낮추는 게 더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금융권에 잇따라 '예금금리 인상 자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금융위는 9일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시중은행장 간담회에 이어 14일에도 은행권 금융시장 점검회의를 열고 '과도한 자금조달 경쟁'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금감원 역시 저축은행권에 비슷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자금조달 경쟁 자제' 요구는 결국 '예금금리를 과도하게 올리지 말라'는 뜻이다.
최근 저축은행 예금금리는 13년 만에 '6% 벽'을 돌파할 정도로 불이 붙은 상황이다. 상상인·상상인플러스 저축은행은 1년 만기 정기 예금상품 금리를 연 6.1%까지 끌어올리며 저축은행권 '뱅보드차트' 1위를 갈아치웠다. 뱅보드차트는 최근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는 은행별 예금금리 순위를 나타내는 신조어다. 저축은행권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 역시 5.52%로, 한 달 전(3.85%) 대비 1.67%포인트나 올랐다.
시중은행도 뒤질세라 예금금리를 '5%대'로 끌어올렸다. 1년 만기 예금 기준, 우리은행이 5.05%까지 올렸고, KB국민은행(5.01%)·하나은행(5.0%) 등도 앞다퉈 상향했다. 일부 지방은행은 첫 거래 고객에게 5.4%라는 고금리를 약속하고 있다.
당국이 우려하는 것은 은행권으로의 '자금 쏠림'이다. 저축은행은 시중은행 대비 낮은 안정성을 높은 금리로 만회해 유동성을 확보하지만, 시중은행이 이에 못지않은 금리를 제공할 경우 자금 조달에 애를 먹게 된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시중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신규취급액 기준) 금리는 3.83%를 기록해, 저축은행(3.77%)을 넘어서는 기현상도 발생했다.
예금금리 인상이 대출금리 인상으로 연결된다는 점도 부담이다. 주택담보대출 등의 대출금리는 지표금리로 활용되는 코픽스 금리에 따라 변동되는데, 예금금리 인상은 바로 이 코픽스 금리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 이미 지난달 코픽스 금리(신규취급액 기준) 3.98%를 기록해 12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상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리는 수신기관의 자율 결정 사항이나 과도한 경쟁이 유발될 경우 대출금리 상승, 저신용·저소득층의 자금난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