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 승리' 미국 공화당, '바이든 탄핵' 목표로 차남 비리 조준

입력
2022.11.18 20:20
"다음 의회서 바이든 일가 조사" 선전포고
하원 강제 소환·청문회 소집 권한 활용할 듯
'바이든 탄핵'까지 갈지는 내부 의견 갈려

미국 공화당이 11·8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당이 되자마자 조 바이든 대통령 차남 헌터 바이든의 비리 의혹을 캐기 시작했다. 그간 비리 의혹 수사가 지지부진했는데, 하원 청문회 소집, 소환권 발동 등 권한을 이용해 바이든 부자를 코너로 몰겠다는 것이 공화당의 구상이다. 공화당 일부 인사들은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바이든 대통령을 탄핵해 '트럼프의 복수'를 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헌터, 탈세·뇌물수수 등 혐의로 5년째 조사받아

헌터는 2018년부터 탈세와 뇌물 수수, 돈세탁 혐의로 델라웨어주(州) 검찰의 수사를 받아왔다. 의혹은 크게 두 가지다. ①우선 그가 바이든 대통령의 영향력을 이용해 2014년 우크라이나 에너지 회사 부리스마에 취업하고, 매달 최대 5만 달러(약 6,700만 원)의 고액 연봉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부리스마에 대한 현지 검찰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②헌터가 중국과 카자흐스탄의 에너지 재벌로부터 다이아몬드 등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도 있다. 헌터는 기소되지 않았다.

17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하원 감독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제임스 코머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1월 출범하는) 새 의회에서 감독위는 바이든 대통령과 그 가족의 문제를 평가할 것"이라고 선전포고했다. 이어 "바이든이 외국의 돈과 영향력에 휘둘리는 대통령인지 확인하겠다"며 "이건 바이든 대통령을 겨냥한 조사"라고 못박았다.

코너는 이미 관련자들과 접촉했으며 헌터의 노트북 기록도 검토했다고 밝혔다. 차기 하원 법제사법위원장으로 유력한 짐 조던 공화당 의원은 "(바이든이 대선에서 승리한) 2020년 연방수사국(FBI)이 헌터 관련 언론 보도를 통제했다는 의혹도 함께 살필 것"이라 예고했다.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에선 공화당이 헌터를 조사하기 쉽지 않았다. 정부 기관의 정보 제출을 강제할 수도, 청문회를 소집할 수도 없었다. 공화당은 재무부에 바이든 일가의 은행 거래 내역 150여 건을 요청했지만, 단 2건만 받았다.

최종 목표 '바이든 탄핵'…역풍 우려에 의견 분분

코머를 포함한 공화당 강경파는 헌터의 비리에 바이든 대통령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규명해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2019년과 2021년 하원에서 탄핵소추당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수를 하는 차원이다. 하지만 무리한 탄핵 시도가 2024년 대선을 앞두고 중도층과 부동층을 떠나가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헌터 스캔들을 캐려다 탄핵 역풍을 맞기도 했다. 2019년 탄핵 소추의 빌미가 된 건 그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헌터의 표적수사를 촉구한 것이 까발려진 것이었다.

민주당은 코머를 "음모론자"로 규정하며 방어에 나섰다. 백악관도 정치적 복수를 할 시간에 민생이나 챙기라고 반박했다. 저열한 공세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것이 현재 대응 전략인 셈이다. 이언 샘스 백악관 변호사실 대변인은 CNN방송에 "(공화당은) 물가 잡기처럼 미국 국민에게 중요한 문제를 처리하는 것보다 음모론으로 가득 찬 정치적 동기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을 공격하는 걸 우선으로 여긴다"며 "시간과 자원을 정치적 복수에 낭비하지 말고 국민에게 중요한 일을 함께 해결하길 바란다"고 했다.

장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