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일당'에게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 실장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최측근으로 꼽히지만 베일에 가려졌던 인물이다. 구속 기로에서 언론에 처음으로 얼굴이 노출된 셈이다. 정 실장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구속 수사를 주장하는 검찰과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정 실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김세용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18일 오후 2시부터 8시간 10분간 진행됐다. 검찰은 정 실장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부정처사 후 수뢰·부패방지법 위반·증거인멸교사 혐의를 적용했다.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사업에서 민간사업자 선정 등 각종 편의 제공 대가로 1억4,000만 원을 수수했고, 대장동 사업 민간 배당이익 중 428억 원을 받기로 약정했다는 게 골자다.
정 실장은 이날 법원에 출석하며 "검찰 정권의 수사는 증자살인(曾子殺人), 삼인성호(三人成虎)"라고 비판했다. 여러 사람이 거짓을 말하면 사실이라고 믿게 된다는 고사성어로, 검찰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남욱 변호사 등의 진술에 의존해 없는 죄를 만들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는 영장심사 종료 후 "어떤 탄압 속에서도 역사와 민주주의는 발전할 것이고, 국민들은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은 이 대표의 '성남·경기라인' 핵심 인사로 꼽힌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정책비서관을, 경기지사 시절 정책실장 등 요직을 맡았다. 검찰은 그가 1995년 시민단체 활동 중 변호사였던 이 대표와 친분을 쌓아 사무장으로 일했다고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했지만, 민주당은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정 실장은 외부활동을 거의 하지 않아 당에서도 그를 제대로 아는 이가 드물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영장심사에선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 소속 검사 5명이 투입됐다. 검찰은 범죄의 중대성 등을 내세워 3시간 가량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검찰은 혐의가 상당 부분 소명됐고, 정 실장이 부인하고 있어 구속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돈을 전달했다는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 진술의 구체성·일관성도 강조했다. 정 실장이 유 전 본부장에게 압수수색 직전 휴대폰 폐기를 지시한 혐의를 앞세워 증거인멸 가능성도 부각했다. 정 실장의 지위와 역할, 이 대표와의 관계, 대장동 일당과의 유착 정황 설명에도 공을 들였다.
정 실장 변호인단도 100여 쪽 의견서를 제출하며 맞불을 놓았다. 특히 이 대표와의 연관성을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대장동 사업을 보고받고 결재한 적은 있지만, 위법 행위는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다. 검찰이 이 대표와 정 실장을 '정치적 공동체'로 판단한 만큼, 정 실장을 징검다리 삼아 이 대표 수사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정 실장은 이날 법정에서 "혐의 사실이 말이 되지 않는다"며 "돈을 요구했다는 증거가 어디 있느냐"고 항변했다. 정 실장 측은 검찰이 제시한 혐의와 관련해 날짜 등을 일일이 짚으며 "사실관계와 다르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정 실장 변호인단은 영장심사 후 서울고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영장실질심사에서도 검찰의 객관적 물증은 발견하지 못했고, 유 전 본부장 진술의 신빙성은 없다고 본다"며 "피고인 방어권 보호가 절실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정 실장 측은 당초 고검 내 기자실에서 입장을 밝힐 계획이었지만, 검찰이 예고 없이 출입구를 봉쇄해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기자단은 "기자회견을 막으려는 의도로 민원인이 드나드는 출입구를 봉쇄하는 검찰 처사는 부적절하다"고 유감을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