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미일 3국을 비난한 '말폭탄'에 이어 8일 만에 동해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무력시위를 재개했다.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에 맞서 군사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특히 한국과 일본을 ‘미국의 추종세력’이라고 깎아내렸다. 한일 양국을 향한 군사위협을 매개로 미국을 겨냥하려는 의도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17일 조선중앙통신에 발표한 담화에서 “며칠 전 미국과 일본, 남조선이 3자 수뇌회담(정상회담)을 벌여놓고 ‘확장억제력 제공 강화’와 ‘강력하고 단호한 대응’에 대해 횡설수설한 데 대하여 엄중한 경고 입장을 밝힌다”며 “이번 3자 모의판은 조선반도(한반도) 정세를 더욱 예측불가능한 국면으로 몰아넣는 작용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외무상은 이어 “미국이 동맹국들에 대한 ‘확장억제력 제공 강화’에 집념하면 할수록, 조선반도와 지역에서 도발적이며 허세적인 군사적 활동들을 강화하면 할수록, 그에 정비례해 우리의 군사적 대응은 더욱 맹렬해질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또 “그것은 미국과 추종세력들에게 보다 엄중하고 현실적이며 불가피한 위협으로 다가설 것”이라며 “미국은 반드시 후회하게 될 도박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1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대북 확장억제를 강화한다는 미국의 공약을 재확인했다. 아울러 북한 미사일에 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한다는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에 북한이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한 셈이다. 특히 ‘엄중하고 현실적이고 불가피한 위협’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면서 한미일을 겨냥한 본격적인 군사적 행동을 예고했다.
정부는 최 외무상의 발언에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국방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노골화하고 있고 과거 어느 때보다 고도화하는 안보 현실에서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통일부 당국자도 “지금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것은 한미의 확장억제 때문이 아니라 북한이 지속적 핵 개발과 도발을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최 외무상 담화 직후 무력도발에 나섰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이날 오전 10시 48분쯤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미사일은 최고 고도 47㎞, 마하 4의 속도로 240㎞를 날아갔다. 지난 9일에 이어 8일 만이다.
북한은 최근 스커드 같은 구형 미사일까지 동원해 도발을 감행했지만 이날 발사한 미사일은 최근 개발한 종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고작 1발을 쏜 데 그친 점에 비춰 ‘맹렬한 군사 대응’이라는 협박에 비해 도발 강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셈이다.
북한의 위협에 맞서 한미 양국은 동맹 강화에 부쩍 속도를 냈다. 합참은 양국이 북한 미사일 발사 전 각각 이지스함을 동원한 미사일 대응 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지속적으로 한미가 미사일 방어훈련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리처드 존슨 미 국방부 핵·대량살상무기(WMD) 대응 부차관보가 이날 청사를 찾아 미 정부가 최근 발표한 2022년 핵태세검토보고서(NPR)와 미사일방어태세검토보고서(MDR)를 설명했다고 밝혔다. 일본 방위성도 존슨 부차관보와 알렉산드라 벨 미 국무부 군비관리·검증·준수 부차관보가 16일까지 이틀간 일본을 찾아 미일 확장억제협의(EDD)를 실시했다고 전했다. 미국을 매개로 한미일 3각 공조체제가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작동하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