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소득 2.8% 감소, 금융위기 이후 최악... 양극화도 심화

입력
2022.11.1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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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충격, 실질소비 0.3% 증가 그쳐
소비에 쓸 소득보다 지출 큰 적자가구 확대
하위 20%만 소득 감소, 빈부 격차 커져

물가가 임금보다 높게 오르면서 3분기 기준 실질소득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최대로 줄었다. 또 통장에 찍히는 명목소득이 유일하게 소득 하위 20%만 줄면서 빈부 격차는 심해졌다. 경기 하강기에 가계 살림살이가 팍팍해지고 있는 동시에 양극화도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이 17일 발표한 '2022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명목소득은 486만9,000원으로 1년 전 대비 3.0% 증가했다. 3분기 명목소득 증가폭이 전년(8.0%)보다 크게 떨어진 데다 물가 상승률 역시 6%대를 넘나들면서 실질소득은 2.8% 감소했다. 숫자상 소득은 전년보다 14만 원 늘었지만 이 돈으로 살 수 있는 물품은 오히려 줄었다는 뜻이다.

3분기 기준 실질소득 감소폭은 금융위기가 한국 경제를 위축시켰던 2009년(-3.2%) 이후 가장 컸다. 또 실질소득이 뒷걸음질친 건 5년 만이다.

명목소득 중에선 근로소득, 사업소득이 각각 5.4%, 12.0% 증가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리면서 일하는 사람과 자영업자 매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반면 이전소득은 18.8%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 하위 88%에 준 1인당 25만 원의 '코로나19 상생국민지원금' 지급 효과가 사라지면서 반짝 늘었던 이전소득이 급감했다.

다른 지표를 봐도 살림살이 사정은 후퇴하고 있다. 우선 가구당 실질소비가 0.3% 증가에 그치면서 바짝 움츠러들었다. 특히 식료품, 가정용품·가사서비스의 실질 소비는 각각 12.4%, 13.5% 감소했다. 고물가로 치솟은 먹거리 지출을 아낀 것이다. 국민연금 보험료 등 비소비지출 중에선 고금리 후폭풍으로 이자비용이 19.9% 뛰었다.

한계에 내몰린 적자가구 비율 역시 25.3%로 전년보다 3.7%포인트 증가했다. 적자가구는 총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빼 실제 소비에 쓸 수 있는 돈인 처분가능소득과 비교해 소비지출이 큰 가구다. 한 달 소득만으로 저축과 투자는 고사하고 생계를 유지하기도 힘든 가구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다.

적자가구는 저소득층에 몰려 있었다. 소득 구간을 5개로 쪼갰을 때 하위 20%인 1분위 가구 중 적자가구 비율은 57.7%에 달했다. 반면 상위 20%인 5분위 중에선 10가구 중 1가구만 적자가구였다.

빈부 격차도 커졌다. 소득 상위 4개 구간인 2~5분위는 명목소득이 늘었지만 1분위는 1.0% 감소했다. 1분위는 지난해 소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던 코로나19 상생국민지원금 효과가 없어지자 명목소득마저 감소로 주저앉았다. 그 결과 소득 5분위배율이 전년 대비 0.41배포인트 상승한 5.75배로 나타나는 등 양극화가 심화했다.

갈수록 가라앉는 경기는 앞으로 소득과 분배 지표를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소득·분배를 비롯한 우리 경제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복합 경제위기가 취약계층에게 집중되지 않도록 고용·사회안전망 강화 등을 통해 저소득층 삶의 질을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세종= 박경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