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언론기피, 퇴색한 동남아 순방

입력
2022.11.1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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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4박 6일간 동남아 순방이 유례없는 취재 제한으로 성과가 퇴색됐다는 지적이 많다. 이번 순방에는 83명의 취재진이 동행했지만 한미·한일·한중 정상회담 현장에 1명의 기자도 들어가지 못하는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풀(대표) 기자 취재’ 형식으로 회담 앞부분이 공개되는 전례가 생략됐고, 전속취재란 이름으로 대통령실이 편집한 발언과 영상, 사진 및 서면 보도자료만 제공됐다. 가장 중요한 일정이 사실상 비공개로 끝난 것이다. 사후 브리핑도 없었고,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13분간 일본 기자들과 진행한 질의응답도 우리는 없었다. 그간 언론과 대통령 측이 지켜온 보도·소통 관행이 순식간에 사라진 셈이다.

MBC 탑승 불허 조치로 시작된 대통령 전용기 사유화 논란이 다시 불거진 것도 아쉽다. 윤 대통령이 기내간담회를 열지 않고 평소 친분 있는 기자 2명만 따로 불러 1시간 동안 ‘사적 대화’를 나눈 사실이 드러났다. 전용기가 국민혈세로 운영되는 공적 공간임을 망각한 행위다. 김건희 여사의 비공개 행보와 사후통보 방식도 지난 9월 캐나다 순방에 이어 재연됐다. 공적 취재 거부가 불가피할 만큼 자신이 없다면 대통령 부인이 동행할 필요가 있겠나.

이번 순방 과정은 국민의 알 권리를 노골적으로 무시해 국제기자연맹까지 성명을 내는 등 국격마저 훼손시켰다. 26개 일정에서 절반에 가까운 12건의 언론공개가 제한됐다. 6개 양자회담 중 모두발언이 공개된 것은 주목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 태국, 필리핀과의 정상회담 2개뿐이었다. 윤 대통령은 “국민세금을 써가며 해외순방하는 건 국익이 걸려 있기 때문”이라던 자신의 말을 되새기길 바란다. 언론을 단순히 통제 또는 홍보수단으로 인식한다면 남은 4년반 국민과의 소통은 암울하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건 대통령의 의무와도 같다. 내키지 않더라도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어떤 생각과 해법을 갖고 있는지 밝히는 게 마땅하다. 편협한 언론관을 바로잡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