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노인 빈곤율 1위 국가다. 노후 보장을 위한 국민연금 제도의 역사가 짧은 탓에 노인 10명 중 4명은 가난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 정부는 빈곤한 노인들의 소득 보장을 위해 2014년 기초연금을 도입했고, 노인 빈곤율은 조금씩 감소하고 있다. 때문에 정치권은 선거 때마다 기초연금 확대 공약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민의 안정된 노후를 위해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어떻게 연계할지 큰 틀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1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66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40.4%로 OECD 평균(13.1%, 2018년 기준)의 3.1배나 된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으로, 라트비아(39%), 에스토니아(37.6%)보다 높다.
한국의 소득 불평등은 근로연령인구(18~65세)보다 노인 인구에서 더 두드러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소득 불평등 지표인 지니계수는 18~65세에선 0.312였지만, 65세 이상에선 0.376으로 더 높았다. 지난해 기준 65세 이상의 보유 자산 규모는 4억5,615만 원으로 40대(5억5,370만 원)·50대(5억6,741만 원)보다 1억 원 이상 적었다.
이에 정부는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4년 7월 기초연금을 도입했다.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아 연금을 받지 못하는 노인이 많았기 때문이다. 연금 사각지대를 해소하고자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20만 원을 지급하기 시작했고, 정치권의 공약 경쟁에 따라 30만 원을 넘어 40만 원까지 올리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통계청 지표에 따르면 기초연금은 노인 빈곤율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됐다. 처분 가능소득 기준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2013년 46.3%였지만, 기초연금 도입 첫해인 2014년 44.5%로 감소했다. 2016년을 제외하고 매년 빈곤율이 0.3~1.3%포인트 감소했다. 2020년엔 38.9%로 9년 만에 40% 아래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기초연금이 노인 빈곤율을 낮추긴 했지만, 대규모 예산 투입만큼의 정책 효과가 있었는지는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기초연금에 16조 원의 예산이 투입된 것을 언급하며 "많은 돈을 들인 만큼 빈곤율이 크게 떨어졌는지 봐야 한다"며 "오히려 현금 지급이 늘면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분별한 기초연금 인상 논의가 국민연금 제도의 근간을 흔들어 자칫 연금 개혁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초연금은 국민연금과 연동돼 설계되는 만큼, 노후 소득 보장에 더 효과적인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해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공공연금센터장은 "상대적으로 노인 빈곤율이 개선된 데에는 국민연금의 가입기간이 점차 늘었고, 그 위에 증액된 기초연금이 얹어졌기 때문"이라며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해선 국민연금의 성숙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