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프랑스 파리의 복합문화공간 퐁피두 센터 분관 유치에 뒤늦게 뛰어들었다. 부산시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산북항 일대를 예정지로 정하고, 센터 측과 현지실사 시기까지 조율 중인 상황이라, 자칫 지자체 간 출혈 경쟁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인천시와 부산시에 따르면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난 14일(현지시간) 파리에서 퐁피두 센터 로랑 르봉 관장을 만나 센터 내 현대미술관의 인천 분관 설치를 요청했다. 인천시는 분관 예정지로 인천경제자유구역을 검토 중이다. 유 시장은 "인천은 세계적 공항과 항만을 가진 국제도시로 퐁피두 미술관이 진출할 경우 대한민국은 물론 아시아 전역에 명성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로랑 르봉 관장은 "인천시와 협력을 논의하게 돼 기쁘다"고 답했다.
퐁피두 센터는 루브르 박물관과 에펠탑에 이어 파리에서 세 번째로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다. 해마다 500만 명 이상이 다녀간다. 센터에는 앙리 마티스, 바실리 칸딘스키, 마르셀 뒤샹, 호안 미로 등 20세기를 대표하는 화가들 작품을 전시한 국립현대미술관이 있다. 13만 점이 넘는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유럽 최대 규모의 미술관이다. 프랑스 메스와 스페인 말라가, 벨기에 브뤼셀, 중국 상하이에 분관이 있다.
국내에서도 부산시가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퐁피두 센터 분관 유치를 추진 중이다. 이 때문에 뒤늦게 뛰어든 인천시와 불필요한 갈등이 야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부산시 관계자는 "지난 1월 분관 설립에 원칙적 합의를 이뤄내고 예정지로 북항 재개발지역 일대를 결정한 상태"라며 "현재 센터 측과 현지 실사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막대한 비용 문제도 걸림돌이다. 앞서 인천국제공항공사도 퐁피두 센터 등 해외 미술관 분관 유치를 위해 타당성 조사까지 진행했다. 하지만 작품 저작권 비용과 임대료 등 천문학적 비용 때문에 보류했다. 공사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비용이 많이 들어 유치 작업을 공항 4단계 건설 사업 완료 이후로 미룬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부산 분관 유치가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며 "퐁피두 센터 측이 해외에 분관을 설치할 때 요구하는 조건이 있는데 어디가 더 부합할지는 비교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