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나라에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 글로벌 인재들과 접할 기회가 있었다. 글로벌 기업 본사에 있다 보면 아시아인들에게 눈이 가게 된다. 저 사람은 어떻게 해서 이 자리까지 왔을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예전에는 유학파, 국내파 구분 지으면서, 외국에서 일하려면 유학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앵글로색슨계 기업 본사나 해외 법인에서 높은 자리까지 올라가려면 유학파여야 한다는 고정 관념이 깨어진 건 여러 기업, 여러 나라 사무실에 근무하면서부터다. 비영어권 사람 중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들을 많이 봤는데, 그중 유학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 꽤 되었다.
유학을 하지 않고도 큰 글로벌 기업 높은 자리에 올라간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면서 글로벌 리더십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글로벌 기업에서도 성공하는 사람은 어떤 자질을 갖추고 있을까? 여러 가지 중에서 몇 가지만 소개를 하자면,
첫째, 물론 일을 잘한다. 능력이 뛰어나니 높은 자리에 올라갈 수 있다.
둘째, 뛰어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자신의 성과와 회사에 기여한 것을 잘 알리고, 효율적으로 임팩트(영향)를 크게 할 기회를 잘 만든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많고 뛰어난 전략을 생각해 내고 일을 잘했더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셋째, 미래 가능성과 비전을 세우고 어떻게 실행할지 계획하는 능력이 좋다.
넷째, 다른 문화에 대한 포용성과 핵심 이슈를 넓은 시각으로 본다. 어느 나라에 있건 상관없다. 넓은 시각으로 보면 보이는 것도, 배울 수 있는 것도 많아진다.
마지막으로, 사람과 조직을 잘 이끌고, 360도 네트워크를 잘 개발하고 이용할 줄 안다.
외국을 다녀보면 우리나라 사람들 참 능력 있고 일을 잘한다. 머리 좋고, 적응력 높고, '나'보다는 '우리'를 중요시해서 협업 잘하고, 근성도 있어 어려운 일을 끝까지 해결해 낸다. 그런데 능력에 비해 글로벌 기업 고위직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안 보인다. 물론 우리나라 기업은 제외이다. 위의 리스트를 보고, '우리나라에서 일 잘하고 인정받으면 위의 자질은 모두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영어 때문에 글로벌 일잘러가 못 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할 수 있다.
이제까지 관찰하고 경험한 것을 보면, 우리나라 일잘러가 글로벌 일잘러가 못 되는 이유는 영어 능력 때문만은 아니다. 영어를 잘해야 하지만, 원어민처럼 될 필요는 없다. 비즈니스 의사 표현을 잘할 수 있으면 된다. 더욱 중요한 건, 글로벌에서 경쟁하려면, 자신의 아이디어를 잘 '파는' 능력, 네트워킹·조직을 잘 활용하는 능력, 포용성, 미래 큰 그림을 능동적으로 그리는 능력 등이 더 필요하다. 이건 우리말로 하건 영어로 하건 마찬가지로 중요한 자질이다.
이런 능력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제일 처음 해야 할 일은 위의 능력들을 필요하다고 인지하고 연습하는 것이다. 신입 직원 때부터 많이 '연습'하고 익숙해지면 나중에 필요한 시기에 잘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도움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 선배, 동료를 통해 조언 받고, 회사 내 멘토를 찾아 체계적인 도움을 받으면 좋다. 외부 리더십 코치, 크로스컬쳐 코치를 찾아 추가로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더 중요한 것은 글로벌 능력 개발을 개인에게만 맡기지 말고, 기업에서 정책적으로 지속적인 교육 기회를 마련하고 좀 더 장기적인 안목으로 직원들의 능력을 키워준다면 글로벌 일잘러들 인력풀 크기가 많이 늘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