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가 집권당의 무덤이 될 것이란 예상을 깨고 민주당의 선방으로 드러났다. 지난 8일 실시된 선거가 야당인 공화당의 하원 진땀승, 상원에서의 민주당 승리 유력으로 정리되면서 전현직 대통령의 희비도 갈렸다. 대선 재도전을 기정사실화하며 정권심판론에 불을 지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대한 ‘레드 웨이브’(공화당 압승)가 미풍에 그쳐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여야 지지세가 팽팽한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경합지)에서 공화당이 고전한 대목이 결정적이다. 스윙 스테이트는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네바다, 애리조나주(州) 등 네 지역을 흔히 지목한다. 특히 앞선 두 군데가 가장 뜨거운 경합주다.
□ 이들 지역은 양쪽 정당 모두 확실한 우세를 점하지 못하는 표밭이다. 선거철마다 지지를 바꾸는 부동층이 많아 그네(swing)처럼 표심이 널뛰기를 한다. 여기서 이겨야 전체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양당은 이곳에 선거자금의 70~80%를 쏟아 붓고 총력전을 펼친다. 그러다보니 유세에서 많은 인쇄물과 광고홍보물이 몰려 지역경제가 반짝 경기를 타는 일도 있다. 과거엔 대형 공장지역이 많았고, 이 지역의 숙원사업을 정치권이 앞다퉈 지원하기도 했다.
□ 4년마다 하원 전체와 상원의 3분의 1을 선출해온 미 중간선거는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들이 크게 실패하거나, 소수였던 정당이 극적으로 재기하는 경우, 현직 대통령의 권력독점에 유권자 견제심리가 두드러지게 작용하는 양상, 국가안보가 최대 쟁점이 되는 사례 등이 주기적으로 반복됐다. 전망적 투표보다 회고적 투표 경향이 두드러지기 마련인데 이번엔 미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사태 등 트럼프나 공화당 주류진영에 대한 평가가 동시에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 한국의 스윙 스테이트는 충청권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PK(부산·경남) 지역으로 바뀐 분위기다. 김대중 정권 말기 현 민주당 진영이 정권 재창출을 위해 ‘영남후보 노무현’을 띄운 뒤 굳어진 양상이다. 대권후보든 여야 정당이든 부산 민심잡기가 전국 선거의 향배를 좌우할 핵심 사안이 됐다. 세계적으로 극좌·극우 포퓰리즘이 득세하고 한국도 지지층만 공략하는 정치양극화가 심각하다. 그럴수록 상식에 좌우되는 경합지 중도 표심은 빛을 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