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이영지에게 '쇼미더머니11'은 새롭게 찾아온 터닝포인트다. 예능인으로 점철된 이미지를 한순간 바꾸게 만들 기회이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어느덧 열한 번째 시즌을 맞이한 '쇼미더머니11'은 2012년 첫 방송 이후 한국 힙합 대중화의 명맥을 이끌며 시청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온 대한민국 대표 힙합 서바이벌이다.
'쇼미더머니11'이 방송 첫 주만에 높은 화제성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이영지의 존재감 덕분이다. 예능인의 행보를 보였던 이영지는 자신의 실력으로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이에 Mnet도 '이영지 대항마 찾기'라는 타이틀의 보도자료를 내는 등 이영지라는 캐릭터를 200% 활용하고 있다. '쇼미더머니11' 제작진 입장에서는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이영지를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첫 방송에서 이영지는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상 그들이 기대하는 것 이상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무반주 랩 심사를 무사히 통과했다. 이영지의 1차 예선 영상이 유튜브 조회수 300만 회를 훌쩍 넘겼고 대중의 관심이 이미 한껏 모였음을 알 수 있다.
사실 이영지의 이미 재능과 실력은 이미 증명된 바 있다. 이영지는 '고등래퍼3' 우승으로 이름을 알린 라이징스타다. 2019년 '고등래퍼3' 최종 파이널은 유튜브 채널서 무려 1,721만 회를 기록했다. 이어 서바이벌 프로그램 '굿걸'에서도 당당하게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그러나 이후의 행보는 음악이 아닌 예능에 치중됐던 것도 사실이다. 나영석 PD의 '지구오락실', 웹예능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 등이 이영지의 아이코닉함을 강조했지만 음악인의 이미지는 다소 와해됐다. 그렇기 때문에 이영지의 '쇼미더머니11' 출전은 도전에 가깝다. 예능인으로서 쌓아올린 이미지에 타격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쇼미더머니11'이 이영지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한 번의 실수가 치명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이영지에 대한 우려보다 응원이 먼저 나오는 것은 그간의 행보 때문일 터다. 앞서 이영지는 한 강연에서 힙합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게 된 과정을 고백했다. 그는 "남들보다 더 부단히 노력해 우승했다. 이로써 저는 제 두려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경지에 또 다시 이르게 됐다. 저는 열등감도 굉장히 깊게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이를 갈고닦았다"고 비결을 밝혔다.
이영지는 '쇼미더머니 11'에 나와 음악적 갈증을 고백했다. 차라리 나가서 실패하자는 마음을 가진 래퍼가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궁금함마저 든다. 그는 무모함의 원천을 '자신의 강점을 직면하는 것'으로 설명한 바 있다. 강점을 키우고 단점은 '쿨'하게 인정한다. 장점으로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부족함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에 단점이 고정화되지 않고 다각도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지난 11일 방송된 3회에서 이영지는 자신의 행보를 향한 일부 부정적 시선에 대해 "참가 자체가 노이즈 마케팅 수단이라거나 가볍게 도전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들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다. 곡해되지 않는 진심을 들려주고 싶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이처럼 이영지의 긍정적인 면모는 힙합신에 분명 새로운 바람이다. 주로 결핍과 증오로 채워졌던 국내 힙합 분위기를 단숨에 바꿔놓을 수 있는 기대주로 꼽히고 있다. 이영지가 '쇼미더머니 11'를 통해 얻게 될 성과가 기대되는 까닭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