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로 온 국민이 슬픔에 빠진 와중에 윤석열 대통령 참모들의 부적절한 언행이 국민들을 거듭 참담하게 만들고 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 8일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장에서 ‘웃기고 있네’라는 필담을 나눈 게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됐다. 강득구 민주당 의원이 김대기 비서실장과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에게 참사 당시 정부 대응을 질의하던 중이었다. 이들은 곧 펜으로 해당 글자를 지웠다. 김 수석은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고 사과했고, 강 수석은 “사적 대화”라고 해명했지만 내용에 관해선 함구한 채 퇴장 조치됐다.
안 그래도 메모 논란이 불거지기 전 가까운 자리에 있던 이수진 민주당 의원이 “의원 질의, 답변 과정에서 비웃듯이 큰 소리로 웃고 있다”며 위원장에게 경고 조치를 주문하기도 했다. 두 수석의 행동은 국민의 대표기관에 피감기관으로 출석한 엄중한 위치를 망각한 것은 물론이고, 참사를 논하는 현장에서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공직자의 기본도 갖추지 않은 이들이 국회의원 출신이란 점도 혀를 찰 만하다. 국회모욕죄로 고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쟁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한편에서 “대통령이 국회를 ‘이XX들’이라고 하니 참모들 태도가 어떻겠냐”는 촌평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태원 참사 전반을 통해 대통령실과 내각의, 민심과 동떨어진 발언이 줄을 잇고 있다. 김대기 비서실장은 행안부 장관 등 경질론에 “매번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장관 바꿔라’ ‘청장 바꿔라’ 이것도 후진적”이라고 언급했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혼잡 경비 배치가 부족했다는 지적에 “일상에서도, 강남역 하루 통행이 13만 명이 넘는다”는 황당한 비유를 했다. 고위공직자들의 말에서 절망이 느껴진다. 강승규 수석은 인명이 희생된 여름 수도권 폭우 때 “비 온다고 대통령이 퇴근을 안 하냐”고 따졌던 인물이다. 일일이 열거하기 벅찰 정도로 무책임한 언행의 연속이다. 이것이 윤석열 정부의 수준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