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희덕(56) 시인과 한강(52) 소설가가 올해 대산문학상을 받는다. 나 시인의 시집 '가능주의자'와 한 작가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가 시와 소설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평론 부문에선 비평집 '문학의 열린 길'을 낸 한기욱(65) 인제대 교수에게 상이 돌아갔다.
대산문화재단이 9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개최한 제30회 대산문학상 수상자 기자간담회에서 나 시인은 "세상의 고통에 대한 시를 써서 분에 넘치는 격려와 보상을 받는 것이, 시를 스스로 배반하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한다"며 "수상 자체가 무겁게 느껴진다"고 소감을 말했다. 1989년 등단한 그의 아홉 번째 시집인 '가능주의자'는 코로나19 시기에 쓰인 시들을 모았다. 그는 "고통받는 존재에게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서 그들의 곁을 지킨다는 마음으로 쓴 시들"이라고 설명했다. 심사위원단은 "반딧불이처럼 깜빡이며 가닿아도 좋을 빛과 어둠에 대해, 현실 너머를 사유하는 결연한 목소리로 나희덕식 사랑법을 들려준 점"을 높게 평가했다.
한 작가는 "수상 소식을 듣고 소설 속 진짜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강정심의 마음, 작별하지 않는 마음, 결코 작별하지 않겠다고 맹세하는 마음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우리가 연결돼 있다는 믿음"으로 표현했다. 모든 무고한 죽음들 앞에서 다시금 그런 생각을 한다고 덧붙였다. 2016년 소설 '채식주의자'로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했던 한 작가는 '소년이 온다' '흰' 등을 꾸준히 발표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광주와 제주 4·3을 잇고 뒤섞으며 지금 이곳의 삶에 내재하는 그 선혈의 시간을 온몸으로 애도하고 '작별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줬다"는 심사평을 들었다.
심사위원단은 평론 수상작 '문학의 열린 길'에 대해 "동시대 문학공간과 문제적 문학에 대한 치열한 비평적 대화를 끈질기게 추구했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한 교수는 이날 "한국 문단에 여러 사건이 있었고 전반적으로 독자 수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문학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는 점을 항상 믿는다"고 전했다.
번역 부문은 황정은의 '백의 그림자'를 프랑스어로 번역한 한국화(35)·사미 랑제라에르(37) 번역가가 수상했다. "작가 특유의 울림과 정서가 프랑스어권 독자에게도 잘 전달될 수 있도록 가독성을 높여 문학성을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상식은 12월 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다. 수상자에게는 부문별 상금 5,000만 원과 함께 상패가 수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