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본, 늑장 대응 공개되자 경찰 지휘부 집무실 압수수색... '뒷북' 비판

입력
2022.11.0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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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구청장, 소방 등 55곳 대규모 수색
윤희근 청장 등 첫 압수수색 땐 미포함
부실 보고 동선 나오자 늦은 강제수사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8일 윤희근 경찰청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집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경찰 지휘부 집무실은 앞서 2일 첫 압수수색 대상에 들어가지 않았는데, 이후 두 사람의 참사 당일 동선이 공개되고 부실한 지휘보고 체계가 드러나자 강제수사에 착수해 ‘뒷북’ 지적이 나온다.

특수본은 이날 경찰청과 용산구청, 용산소방서, 서울교통공사 등 55곳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특수본은 윤 청장 등 경찰 지휘부 집무실 외에도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 서장실, 박희영 용산구청장실 등을 압수수색해 청사 내ㆍ외부 폐쇄회로(CC) TV 영상자료 15점, 핼러윈데이 안전대책 등 문서 472점, PC전자정보 1만2,593점 등을 확보했다. 주요 피의자와 참고인의 휴대폰 45점도 압수했다. 2일 서울청ㆍ용산서 112치안종합상황실 등을 포함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행정ㆍ치안ㆍ소방당국 수사 대상을 사실상 전부 훑은 셈이다.

특수본은 각 기관별 대응이 적절했는지, 사고 당시 경찰 지휘부의 과실은 없는지 등에 수사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수본 관계자는 “구청, 경찰, 소방 등 관계기관 대응에 총체적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청장과 김 서울청장은 사고 발생 최대 2시간이 지난 뒤에야 심각성을 인지한 만큼, 지휘부에 책임을 묻기 위한 수사가 첫발을 뗐다고 볼 수 있다. 재난안전법상 재난관리책임기관인 용산구청의 사전 조치 및 사후 대응, 사전 신고를 받은 소방당국 대응의 적절성 여부도 주요 점검 포인트다.

그러나 이날 압수수색은 적지 않은 뒷말을 낳고 있다. 4일 특수본 관계자는 ‘첫 압수수색 대상에서 윤 청장과 김 서울청장 집무실 등이 왜 빠졌느냐’는 질문에 “수색 영장을 신청한 게 이달 1일이라 포함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당시는 두 사람의 행적이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시점이라 애초 지휘부 책임을 규명할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윤 청장은 전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등 상임위 전체회의에 나와 “수사 상황을 보고받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차례 해 독립기구인 특수본의 중립성까지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특수본은 앞서 업무상과실치사상ㆍ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한 류미진 총경에게 직무유기 혐의만 적용했다고 정정했다. 특수본 관계자는 “단순 착오로 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 총경은 참사 당일 서울청 상황관리관 당직을 서면서 당직 규칙과 어긋나게 112치안종합상황실이 아닌 개인 사무실에 머물러 사고를 제때 보고하지 않았다는 혐의를 받는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는 사고 발생과 직접적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하는데, 당직을 소홀히 한 것만으론 혐의 적용이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박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