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음모론이 판치는 시대에 첫 번째 중대한 시험이 시작됐다."
미국 CNN방송은 8일(현지시간) 실시된 미 중간선거에 대해 7일 이렇게 표현했다. 이번 선거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이 부정선거였다고 주장해 미국의 선거민주주의를 훼손한 이후 처음 치러지는 전국 단위의 선거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동으로 미국 정치는 선거 음모론과 가짜뉴스, 극단주의에 오염됐다. 공화당이 패배한다면 이번에도 선거 결과에 불복하면서 '1·6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마저 거론된다.
선거 음모론은 지난 2년간 보수 유권자들에게 단단히 주입됐다. CNN이 이달 2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자의 66%가 "바이든은 합법적인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공화당 지지자들은 민주당의 선거 개입을 막겠다며 중간선거 개표 요원과 참관인으로 대거 지원했다.
이 중 일부는 선거 현장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르려 하고 있다. 중간선거 프라이머리(예비선거) 때는 미시간, 텍사스, 앨라배마 등에서 개표 결과 조작 시도가 적발됐다. 보안 구역에 침입하려 하거나 가짜 표를 집계기에 넣으려 하는 식이었다. 8일 본투표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미 뉴욕타임스는 "투표 사기 행위를 찾아내겠다는 목적으로 선거 참관을 자청한 당파적 유권자라면, 개표 결과를 놓고도 문제제기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선거가 끝나면 기나긴 소송전이 예고돼 있다. 공화당은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등 최소 3곳의 접전지에서 사전 우편투표를 놓고 소송을 걸었다. 민주당 표가 더 많은 우편투표의 무효표를 늘려 공화당에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겠다는 꼼수이다. 최대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에선 공화당이 소송에서 이미 승리했다. 주 대법원은 "사전투표 봉투가 선거일 전에 선거관리기관에 도착했어도 봉투에 투표 날짜를 쓰지 않으면 무효"라고 판결했다. 그 결과 약 7,000표가 집계에서 제외됐다.
초접전인 지역에선 이런 판결이 승부를 뒤집을 수도 있다. 펜실베이니아 상원 선거에선 공화당의 메흐멧 오즈 후보(47.0%)가 민주당의 존 페터먼 후보(46.9%)와 팽팽하게 맞붙어 있다. 수백~수천 표로도 당선자가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페터먼 후보는 연방 대법원에 주 대법원의 판결을 중단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이 늘어날수록 중간선거 최종 결과 발표는 지연될 수밖에 없다. 지난 대선 때 사기 개표 의혹의 핵심이었던 조지아주에선 선거 이후 16일 만에 결과가 발표됐다. 이번에도 접전지의 개표 결과 발표가 최장 한 달까지 지연될 수 있다.
선거를 둘러싼 혼란을 최소화하려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의 역할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가짜뉴스가 SNS로 유통되기 때문이다. 싱크탱크 미국진보센터(CAP)는 "선거 이후 가짜뉴스는 지속될 뿐 아니라 변화하고 악화하기 때문에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고 했다. 러시아와 연계된 봇(bot·스팸 자동 발송 소프트웨어)들이 SNS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의 부당성을 주장해 보수 유권자의 분노를 자극하는 정황도 발견됐다.
하지만 거대 플랫폼인 트위터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인수해 혼란은 오히려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는 줄곧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며 트위터의 가짜뉴스·혐오 콘텐츠 규제에 비판적이었다. 선거 관련 가짜뉴스도 방치할 태세다. 머스크는 8일 트위터에 "공화당에 투표할 것을 무소속 유권자들에게 추천한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