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 한 송이가 수만 송이로... 확장하는 추모공간

입력
2022.11.09 12:40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추모공간이 날이 갈수록 확장하고 있다. 참사 발생 직후부터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밤낮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흰색 국화와 포스트잇 추모메시지, 음식과 술 등 다양한 추모 물품들이 이 일대 거리를 뒤덮어 가고 있다. 흰 국화 한 송이가 놓인 한 뼘 공간이 길이 50m에 달하는 긴 보행로로 늘어난 것이다.

참사 12일째인 9일 오전 시민 추모공간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30m가량 떨어진 참사 현장을 지나 20m 정도 더 진출해 있었다. 1번 출구 계단 안쪽 벽면은 물론, 기둥 형태로 세워진 출구 표지판마저 포스트잇 추모메시지로 빼곡히 뒤덮였다. 추모객들이 조화 등으로 빼곡한 1번 출구에서 벗어나 보다 한가한 공간을 찾아 헌화하고 고인의 넋을 기리면서 추모공간은 보행로를 따라 자연스럽게 넓어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현장에 처음 조화가 놓인 것은 참사 발생 후 몇 시간 지나지 않은 지난달 30일 새벽쯤이었다. 당시 골목 입구 폴리스라인 앞 바닥에 조화가 하나둘씩 놓였는데, 경찰이 사고 현장 보존 및 감식을 위해 헌화를 통제하면서 추모공간은 인근 이태원역 1번 출구 쪽으로 이동했다. 이후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지면서 이태원역 1번 출구 주변은 시민 추모 공간으로 자리 잡았고, 흰 국화와 빵, 술, 사진 액자 등이 나날이 늘어났다.


참사 후 일주일 정도가 지나자 추모공간에 자원봉사자가 등장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시들어버린 조화나 상한 음식물을 정리하고, 추모공간에 대한 훼손을 방지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까지도 관할 지자체인 용산구청은 인력이나 조화 등 지원을 전혀 하지 않다가 시민들의 비판이 이어지자 공식 애도기간 마지막 날인 5일이 돼서야 관리 인력을 지원했다. 하지만 눈치 보기 행정이란 비판을 피하지는 못했다. 이태원 참사 2주째인 6일 1번 출구에서 30m 정도 떨어진 사고 골목 앞까지 조화와 추모 물품이 놓이기 시작했다.

국가 공식 애도기간(10월 30일~11월 5일)은 끝났지만,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길은 여전히 이곳 추모공간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시작된 흰색 국화와 추모 메시지의 물결이 이제 참사 현장을 지나 이태원 거리를 따라 무겁게 흐르고 있다.








홍인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