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이 단원인 경산 자인중 '윈드 오케스트라'

입력
2022.11.07 14:35
전교생 33명이 윈드 오케스트라 활동
지난 8월 춘천전국관악경연대회와
대한민국 합주경연대회서 각각 은상
작지만 유명 연주단 반열에 올라

경북 경산시 작은 시골학교가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전교생 33명 전원으로 구성된 자인면 자인중하교 '윈드 오케스트라'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각종 전국대회서 연이어 입상하는 등 '명문'의 반열에 올랐기 때문이다.

윈드 오케스트라가 결성된 것은 2016년 11월. 1인 1학기를 마스터해 예술적 감성을 지닌 따뜻한 인재 양성을 위해서다.

단원 상당수가 악기를 처음 만져본 경우가 많지만, 매주 두 차례, 2시간씩 방과후 수업시간에 실력을 연마했다. 연습은 플롯 클라리넷 색소폰 트럼펫 트럼본 호른 튜바 등을 전공한 전문 강사를 초청, 개인레슨 형태로 했다. 하루가 다르게 실력이 향상됐다.

이동훈(3년)군은 "오케스트라를 하기 전에는 호른이란 악기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했다"며 "선생님의 지도와 선배들의 멋진 연주모습을 보고 열심히 연습했더니 내 귀에도 아름답게 들리는 하모니를 연출하게 됐다"고 말했다.

창단 이듬해 제16회 전국관악경연대회에 처녀 출전해 중등부 동상을 수상했다. 올해는 제19회 춘천전국관악경연대회와 제1회 대한민국 합주경연대회서 각각 은상을 수상했다.

2017년부터 매년 정기연주회와 각종 초청연주회를 열고 있다. 특히 '자인 가족과 함께 하는 어울림 음악회'는 방학때 5일간 여는 음악캠프로, 학부모는 물론 일반 주민까지 초청해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축제의 장으로 유명하다.

교육당국의 전폭적인 지원도 명문 오케스트라로 도약하는 데 일조했다. 지난해엔 학교예술교육공간혁신사업 일환으로 '풍악관'이라고 명명된 전용 음악실도 완공했다. 쾌적한 환경에서 연주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피아노 전공으로 지휘자를 맡게 된 김소연 교사. 그는 최고의 지휘를 위해 매주 한 차례 일부러 시간을 내 다른 지역으로 원정, 지휘를 배우는 열정을 쏟고 있다. ‘어울림 자인 음악 봉사대’를 구성해 등굣길 사제동행 연주회를 여는 등 다른 교직원들의 뒷바라지도 빼놓을 수 없다. 김 교사는 “학생들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자신이 노력한 만큼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악기를 통해 느꼈으면 좋겠다”며 “힘들게 연습하고 노력해서 멋진 무대를 만들어가는 경험이 각자 삶의 무대에서도 더 큰 성취를 해 나갈 수 있는 자양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계광현 교장은 “학생들이 만들어갈 따뜻한 교육 공동체 안에서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아이들의 꿈도 더 영글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정식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