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차주들의 '금리 공포'가 극에 달하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대신 '더 오래, 더 높이' 올릴 것"이라고 예고하면서다.
9월 FOMC가 전망한 최종금리 중간값(4.6%)보다 더 올리겠다는 뜻이다. 시장은 "사실상 금리 5% 시대가 열렸다"고 해석한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씨티은행은 최종금리를 5.25~5.5%로 올려 잡았다.
차주들의 애간장은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우리도 미국을 따라 최종금리를 4%대로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귀띔한 최종금리 3.5%보다 0.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자본 이탈→원·달러 환율 상승→수입물가와 국내물가 상승'의 도미노를 막으려면 미국을 따라가는 것 외엔 별다른 도리가 없긴 하다.
기준금리 인상은 지표금리인 시장금리를 끌어올려 대출금리 상승으로 귀결된다. 4일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신용대출 금리 상단은 7% 중반에 진입, 8% 돌파를 앞두고 있다. 최종금리가 4%가 되면 산술적으로 대출금리 상단은 9%에 육박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회사원 박모(37)씨 역시 FOMC 이후 시름에 잠긴 1인이다. 그는 2년 전 3억 원을 변동금리로 대출받아 신규 아파트를 구매했다. 그동안 금리가 1%포인트 뛰어 이자는 최초 대비 월 23만 원 더 붙었다. 분할 상환금까지 월 부담액은 177만 원이다.
진짜 고통은 내년부터다. 최종금리를 3.5%로 계산해도 월 이자 부담은 최초 대비 60만 원이 더 늘어난다. 월 부담액은 도합 214만 원. 부부 한 명의 월급을 고스란히 대출에 갖다 바쳐야 하는 셈이다. 지난달부터 부업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던 그는 최종금리 4%대라는 말에 "이제는 제로(0) 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 국민이 부러울 지경"이라고 실소했다.
박씨뿐만 아니다. 한은이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마다 차주 1인당 평균 이자 부담액은 연간 65만5,000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된다. 최종금리가 4%라면 금리 인상을 시작했던 지난해 8월 이후 기준금리는 3.5%포인트 인상, 1인당 연 이자 부담은 229만 원가량 더 늘어난다.
대출금리 상단이 10%대에 이를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팬데믹 기간 미국 정부가 시중에 풀었던 돈은 6조 달러"라며 "이를 환수하려면 2024년까지 기준금리를 6%로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