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일주일째인 4일,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추모공간을 외마디 울음소리가 흔들었다. 흰색 조화와 추모 메시지로 뒤덮인 도로 한편에서 앳된 남성이 입을 틀어막고 주저앉았다. 그는 검은 종이 가방을 내려놓고 찬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한참을 서럽게 울었다.
울음을 겨우 그친 A(18)씨는 종이 가방에서 고인의 유품을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다.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의 연설문 모음집 '우리 간호사들에게'와 학생 간호사 휘장, 의료용 고글, 그리고 목도리.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스무 살의 고인은 나이팅게일의 삶을 꿈꾼 예비 간호사였다.
그는 그 꿈의 계기가 된 이 책을 언젠가 친한 동생 A씨에게 선물했다. 고글은 고인이 코로나19 유행 당시 봉사활동을 할 때 쓰던 것이었다. A씨는 유품들을 내려놓고 예비 의료인으로서 이타적이고 책임감 넘치던 고인을 한참 기렸다.
"맛있는 거 하나 못 사줬는데..." A씨는 고인이 좋아하던 초코파이 한 박스를 내려놓았다. 바나나 우유에는 빨대를 꽂았다. 10대를 갓 벗어난 고인의 취향이 엿보였다. A씨는 '형'이 생전 즐겨 쓰던 털목도리에 얼굴을 파묻고 또 한참을 울었다.
이번 참사로 희생된 이들 대부분이 20대 이하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의하면 사망자 156명 중 20대 이하는 116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