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국방부가 3일(현지시간)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발표한 공동성명에는 ‘주한미군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대목과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지역의 평화 안정 증진에 기여한다’는 주한미군의 역할도 명시됐다. 2008년 ‘주한미군을 2만8,500명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합의한 이후 2020년을 제외하고 매년 공동성명에 담겼던 내용이다.
다만 이번에는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한반도와 그 주변에 대한 미국 전략자산의 전개 빈도 및 강도가 증가한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왔다. 주한미군이나 미 전략자산이 대만 문제에 적극 개입할 여지를 남긴 것 아니냐는 시각에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3연임을 확정 짓는 당대회 개막 연설에서 “대만 통일을 위해 무력 사용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미국도 주한미군 의 역할을 재조정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이날 SCM 직후 미 워싱턴DC 한국문화원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주한미군의 대만 투입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확대 해석한 것 같다”며 일축했다. 그러면서 “주한미군의 역할은 기본적으로 한반도 안보를 위한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와 안정 보장이 대만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주한미군을 대만에 보내는 것보다 오히려 한반도에 전념하도록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 주석 3연임으로 대만 침공 가능성이 커지면서 주한미군이 대만에 투입되고 한국은 후방기지가 될 것이란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중국의 대만 침공 때 주한미군 투입이 가능하다”고 여지를 남긴 바 있다. 지난해 SCM 공동성명에서 처음 언급된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은 이번에도 담겼다. 대만은 미국과 중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붙는 지역이다.
이 장관은 전날 북한의 도발에 대한 맞대응으로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을 연장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제가 미 국방부 장관에게 요청해 하루 더 연장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공동성명에서 ‘양 장관은 성주기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포대의 안정적 주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한 대한민국의 노력을 평가했다’고 명시한 것도 눈길을 끈다. 미국은 과거 SCM 때마다 임시 배치된 사드 기지의 조속한 정상화를 촉구했는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상시 지상접근권 보장, 일반환경영향평가에 속도를 낸 것을 평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