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고 비싼 수입차'로 각인됐던 아우디의 이미지는 전기차 모델 2종을 타본 뒤 이런 기대감으로 바뀌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이지만, ①아우디 라인업 중에선 엔트리급 가격대에 속해 진입 문턱이 비교적 낮고 ②스포티한 주행 성능을 갖춘 데다 ③급속 충전이 가능해서다.
지난달 25일 아우디 Q4 스포트백 e트론을 몰고 제주 곳곳을 누볐다. 제주시 시내를 출발해 보목포구와 1100고지, 비자림, 서귀포 안덕면을 거쳐 중문단지로 향하는 207㎞의 코스였다. 절반은 직접 운전했고, 절반은 조수석에서 승차감을 느꼈다.
출발 전 확인한 Q4 e트론의 주행가능 거리는 395㎞로, 1회 충전 주행거리(복합 368㎞)보다 길었다. 공인 전비는 복합 4.3㎞/kWh지만, 실제 주행에선 '회생제동 기능'이 작동해 전비가 더 올라갔다. 회생제동은 액셀에서 발을 떼거나 내리막길을 갈 때 발생한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회수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기능이다.
먼저 눈에 띄는 아우디 전기차의 특징은 부드러운 토크감(회전력)이다. 전기차는 가속 페달을 밟자마자 순식간에 속도가 높아져 얼마 동안 적응이 필요하기 마련인데, Q4 스포트백 e트론은 토크감이 다른 전기차에 비해 강하지 않아 짧은 시간에 익숙해졌다. 토크감 선호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요소다.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8.5초다. 전기차 하면 기대되는 '가상 사운드'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탈 때의 느낌과 비슷하게 해 이질감을 줄였다.
차량 앞 유리에 상을 띄우는 헤드업 디스플레이에는 증강현실(AR) 기술이 쓰였다. 작게 보이던 3차원의 화살표는 방향을 전환해야 하는 지점이 다가올수록 점차 가까이 다가오며 커졌다. 스마트 모니터를 통해 내비게이션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아도 AR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거리에 따라 방향과 차선 이탈을 알려줘 운전에 집중할 수 있었다.
주행 중 느낀 다른 특징은 앞바퀴의 조향각이 매우 넓다는 점이다. 폭스바겐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MEB를 적용해 차 아래쪽에 생긴 여유 공간을 활용했다고 한다. 유턴이나 회전할 때 굳이 큰 원을 그리지 않고도 넉넉하게 돌 수 있었다.
이날은 시내도로, 해안도로, 산악도로를 넘나들었다. 다섯 가지 모드 중 취향에 맞게 조정할 수 있는 '아우디 드라이브 셀렉트'를 체험해 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그중 차이를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다이내믹 모드와 컴포트 모드다. 우선 다이내믹 모드는 길게 뻗은 고속도로나 평평한 도로에서 진가를 드러냈다. 그러나 높은 지대에서 해안도로로 내려가며 자주 나타나는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면 노면의 상태가 고스란히 느껴지며 울렁거렸다. 운전할 때 가장 많이 쓰이는 '컴포트 모드'에서는 회생 제동 기능을 이용하는 대신 부드러운 주행을 하는 편이 나았다. 회생 제동을 설정해도 금방 '0단계'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며 속도를 조절하는 기능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은 차간 간격을 매우 넓게 유지해 아쉬웠다. 차 한두 대는 들어갈 공간을 남겨뒀다. 이 기능은 정체가 흔한 서울 시내에선 활용하기 어려울 것 같다.
함께 출시된 Q4 e트론과 Q4 스포트백 e트론은 모두 MEB를 담았다. 두 차종의 차이점은 겉모습과 가격, 보조금 지급 여부다. Q4 e트론은 기본 5,970만 원, Q4 스포트백 e트론은 기본 6,370만 원이다. 둘 다 보조금 지급 대상(차량가액 5,500만~8,500만 원)이지만, Q4 e트론은 저온 주행거리가 기준치를 밑돌아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Q4 스포트백 e트론은 국고 보조금의 50%를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