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 전 '압사 우려' 신고 쏟아졌는데 뭉갰다니

입력
2022.11.0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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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근 경찰청장이 1일 이태원 참사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사고 발생 직전에 현장의 심각성을 알리는 112신고가 다수 있었지만 현장 대응이 미흡했다"며 사과했다. 참사 책임이 경찰에도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이어 "신고 처리를 포함해 각급 지휘관과 근무자들의 조치, 현장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빠짐없이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거취에 대해선 "결과가 나오면 상응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윤 청장은 이어 국회 현안보고에서 사고 당일 오후 6시 34분부터 사고가 발생한 오후 10시 15분 직전까지 4시간 가까이 현장에서 위험 징후를 알리는 신고가 11건 접수됐지만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경찰청이 공개한 신고 녹취록을 보면 첫 신고부터 "압사당할 것 같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오후 9시 전후로 신고 빈도가 부쩍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사람들이 길바닥에 쓰러졌다"(8시 33분), "대형 사고 나기 일보 직전"(9시), "일방통행할 수 있게 통제해달라"(9시 7분) 등 다급한 호소가 이어졌다. 사고 4분 전 접수된 마지막 신고엔 비명소리도 들렸다.

그런데도 경찰이 현장 출동한 것으로 확인된 신고는 4건뿐이었다. 그마저 첫 신고는 단순한 '불편 신고'로 처리했다. 경찰 스스로 10만 명 이상이 운집할 비상 상황으로 간주하고도, 정작 경보가 울렸을 땐 수수방관하며 참사를 막을 기회를 걷어찬 것이다. 경찰은 당일 사고 직전까지 총 122건의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는데, 정말 11건만 대응이 문제였는지도 상세히 밝혀야 한다.

윤 청장은 상부 지휘를 받지 않는 독립적 특별수사본부를 경찰청에 설치해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했다. 기존 서울경찰청 수사본부가 맡던 참사 전반 수사도 이 기구가 맡기로 했다.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이 대형참사를 직접 수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수사 공정성을 담보하려는 조치로 보인다. 하지만 이미 참사 책임 당사자인 데다가 사전 질서유지 소홀로 경찰관직무집행법 위반 지적까지 받는 경찰의 '제 식구 수사'가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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