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각형 벌집·반경 6km...현대차가 꿈꾸는 미래도시엔 왜 숫자 '6'이 많을까

입력
2022.11.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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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건축가 유현준, 미래도시 설계 협업
지상엔 인간 중심, 지하엔 기능 중심 도시 설계
모빌리티 이동 최적화된 육각형 도시 외부 도로


현대자동차그룹이 꿈꾸는 미래도시에 대한 청사진이 드러났다. 사람들은 고층 건물이 즐비한 도심에서 주택가, 숲이나 호수 등을 모두 걸어서 다닐 수 있다. 지상에선 자동차나 화물트럭을 보기 어렵다. 장거리 이동이나 물류를 위한 이동수단(모빌리티)은 모두 땅속에서 움직인다. 현대차그룹은 반경 6㎞의 육각형 도시들이 모여 자연 환경과 모빌리티, 인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31일 유현준건축사사무소와 공동으로 연구한 미래 도시 관련 연구 프로젝트 'HMG 그린필드 스마트시티 참조 모델'을 공개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올 8월 현대차그룹이 싱가포르에서 공개한 스마트시티 콘셉트 '인간 중심 도시, 자연과 공동하는 도시, 지속가능한 도시'라는 방향성을 구체화한 것이다.



도심에서 자연까지 3분 접근


이 모델은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으로 생기는 문제를 줄일 수 있게 설계됐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유휴 부지를 최소화하면서 자연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벌집구조 육각형 도시' 콘셉트를 만들어냈다. 지상은 걷기 편한 거리와 충분한 녹지를 갖춘 '사람 중심 공간'으로 구성했다. 지하는 효율성 중심의 모빌리티, 물류, 에너지 인프라 등을 갖춘 '기능 중심 공간'으로 설계했다. 마치 지상에는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 최신 아파트 단지를 도시로 확대한 것 같은 모습이다.

육각형 도시 바깥 부분에는 도심과 주택 단지가, 중심에는 자연 녹지와 강·호수가 있다. 도심의 경우 폭 200미터(m)의 저·중·고밀도 지역이 각각 육각형 띠처럼 자연을 둘러싸고 있다. 이 때문에 도심 외곽에서 녹지까지 거리는 600m에 불과, 3분 만에 자연 접근이 가능하다. 도심 외곽엔 차량 등 빠른 이동 수단을 위한 기능적 도로를 배치, 중심까지 좀 더 편리하게 다가갈 수 있게 한다.



모빌리티 이동 최적화 위해 반경 6㎞ 설계


독특한 점은 각 도시의 반경이 6㎞라는 점이다. 6㎞는 6개의 모서리를 최대한 각지지 않으면서, 도시를 효율적으로 건설할 수 있는 거리다. 6㎞보다 짧으면 모서리를 각지게 만들어 모빌리티 이동이 비효율적이고, 6㎞보다 길면 도시 건축 비용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덕분에 외부순환도로, 지하도로에서 이동하는 모빌리티는 속도 변화를 최소화, 효율적인 운행이 가능하다.

유현준 유현준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지속가능한 미래 도시란 최소한의 공간과 에너지로 최대한 많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사이의 관계에서 시너지를 만드는 도시"라며 "이를 위해 도보로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도시공간, 건축물과 융합되는 자동차라는 새로운 개념을 선보이고, 지형의 차이나 도시의 성장에 맞춰 변형이 가능한 벌집구조의 도시를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류종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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