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인천 등 전국 주요도시 지하철 차량기지에 무단 침입해 전동차에 '그라피티'를 남긴 외국인들이 출국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해당 외국인들이 한국의 지하철에 어떤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 그라피티를 남겼는지 관심이 쏠린다.
27일 인천 논현경찰서와 인천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오전 3시쯤 인천지하철 2호선 운연차량기지에 외국인 2명이 무단 침입해 전동차 1대에 그라피티를 남기고 달아났다. 이들은 울타리와 철조망을 자르고 보안시설인 차량기지에 침입한 뒤 스프레이 페인트 등으로 전동차 1대에 'WORD'라는 영어 단어를 그린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교통공사에서 신고를 받은 경찰은 A씨 등 외국인 2명을 용의자로 특정하고, 건조물 침입과 재물손괴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추적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 등은 20일간 국내에 머물다가 범행 직후인 지난달 24일 출국한 것으로 파악돼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하는 등 국제 공조수사를 하고 있다"며 "이들이 유명 그라피티 단체에 소속됐는지 여부는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17일에는 대구도시철도 1호선 월배 차량기지에 있던 전동차 1대에 'RIDE'라는 단어가 그려진 그라피티가 발견됐다. 대구교통공사는 차량기지에 있던 전동차 출고 점검 과정에서 검수원이 그라피티를 발견, 즉시 제거했다. 기지 철망이 훼손됐지만 공사 측은 별도의 신고는 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경보설비를 보완했다.
경찰은 이들 사건 외에도 지난달부터 서울과 부산, 대전, 광주 등 전국 4개 도시 지하철 차량기지의 전동차 6대에서 발견된 그라피티가 동일인들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길거리 벽면에 낙서처럼 그리거나 페인트를 분무기로 내뿜어서 그리는 그라피티는 1980년대 초 미국 뉴욕 지하철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됐다. 대부분 국가에서 범죄행위로 분류하고 있으며, 공용물 파괴 혐의 등이 적용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