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부속섬… 가파도 마라도 우도 비양도 순으로 생겼다

입력
2022.11.06 14:00
19면
마라도 생성 20만년 전 최근 확인
비양도, 알고 보니 2만7000년 전
대부분 섬 화산 활동으로 생성돼
제주도, 모든 지역 형성과정 연구

“고려 목종 5년(1002년) 산이 바다 한가운데서 솟아 나왔는데, 꼭대기에 4개의 구멍이 뚫려 붉은 물이 솟다가 닷새 만에 그쳤다.”

제주도의 화산 분출을 기록한 문헌인 신증동국여지승람 기록이다. 이 문헌 때문에 제주에서도 ‘섬 속의 섬’으로 불리는 비양도는 1,000년 전 분출한 화산섬이라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2002년 7월 비양리 포구에는 비양도 탄생 천년 기념비가 세워졌고, 탄생 1,000년을 기념하는 축제까지 열렸다. 하지만 비양도에서 2,000년 전 토기가 출토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과학적 기법을 통해 용암의 생성 연대를 측정하니 2만7,000년 전에 형성된 섬이란 결과가 나왔다.

6일 제주도 등에 따르면, 180만 년 전 화산활동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알려진 제주 본섬을 비롯해 부속섬(유인도) 생성 시기를 둘러싼 연구가 최근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24일 세계유산본부는 한반도 최남단 마라도의 생성 연도를 약 20만 년 전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그간 마라도 생성 시기는 15만 년 전에서 26만 년 전 사이로 추정됐을 뿐, 측정 방식의 한계로 정확한 시기를 특정하지 못했다.

마라도와 지척에 있는 가파도의 생성 시기는 약 82만 년 전으로, 제주도 부속섬 중 가장 오래됐다. 섬이 생성되기 직전 해수면이 현재보다 100m 이상 낮아 육지였지만,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섬이 됐다.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제주의 부속섬 중 비양도가 가장 막내다. 우도보다 4만 년 후에 생성됐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가 '광 여기 루미네선스' 연대측정법을 활용해 우도 내 속칭 ‘돌칸이 해안’과 검멀레 해안에서 채취한 시료의 연대를 측정한 결과 우도는 약 7만 년 전에 생성됐다. 기존 연구에선 우도의 생성 시기를 8만6,000년 전에서 10만2,000년 전 사이 또는 11만4,000년 전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것으로 파악했지만, 그보다 더 짧은 것으로 확인됐다.


고려사와 세종실록지리지, 동국여지승람에 남아 있는 기록들을 종합하면, 제주에서 마지막 화산활동이 이뤄진 시기는 약 1,000년 전으로 추정된다. 1만 년 이내 활동 기록이 있는 화산을 활화산으로 분류하는 지질학상 기준에 따르면, 제주는 아직 활화산 지역이다. 실제 제주 한라산이 다시 폭발할 가능성이 상존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다만 그 시기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 폭발 강도 역시 현재까지 연구 결과로는 짐작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한라산의 화산 활동 징후는 없지만, 부속섬 생성 시기 등의 연구가 제주의 화산활동을 예측하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전망이다. 세계유산본부 관계자는 “제주 화산활동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풀리지 않은 화산섬 제주의 비밀이 많다"며 "앞으로 연구지역을 확대해 제주도 전역의 형성 과정을 밝혀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주= 김영헌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